태권도 교육의 시작
2022년 3월, 연변한국국제학교 발령과 함께 초등 전교생을 대상으로 태권도 수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전에 태권도 수업을 조금 해본 1학년 학생 몇 명, 그리고 태권도 도장을 다녀봤지만, 아직 품새와 발차기가 숙달되지 않은 학생 서너 명 외의 대부분의 학생들은 태권도를 해 보는 것이 처음이었다.
교장 선생님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필요한 도구들을 마련했다. 태권도에 필요한 발차기 미트와 스텝 연습을 할 수 있는 간단한 도구들을 갖추고 후에 필요하다면 태권도 도복과 띠 등을 추가 마련하기로 하며 태권도 수업을 시작하였다.
기본적인 체력 훈련, 점프, 스트레칭, 기본 동작과 발차기에 필요한 무릎올리기, 발등펴기를 누워서, 앉아서, 서서 실시하면서 학생들로 하여금 조금씩 태권도에 흥미를 느끼게 하였으며, 태권도가 재미있는 운동이라는 것을 느끼게 하였다.
아담한 체구의 우렁찬 기합 소리, 쉼없이 움직이는 저학년 태권도 수업
고학년과 저학년은 성장 정도와 신체 발달 정도가 다르므로, 수업이 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1학년 학생들은 고학년만큼의 팔 힘은 없어, 발차기 미트를 드는 것만으로 팔을 아파한다. 한 발로 서는 균형 감각도 부족하고, 발차기의 정확도도 부족하여 발차기를 하면서 미트를 잡고 있는 선생님의 손가락을 종종 차기도 한다.
하지만 고학년보다 잘하는 것이 하나 있으니, 바로 기합 소리이다. 주먹지르기 하나, 막기 동작 하나하나 큰 소리로 기합을 넣는다. 아직은 동작이 정확하지 않지만, 기합 소리는 학교 전체에 들릴 정도이다.
또 저학년의 체력은 끝이 없다. 장애물 뛰어넘어 달리기, 한 발로 뛰어다니기, 다양한 스텝으로 사다리 왔다갔다하기 등 다양한 체력 훈련을 하는 동안, 저학년 학생들의 체력에는 끝이 없다는 말을 실감한다. “선생님 더 해요.”, “선생님 더 할 수 있어요. 저 한 번 더 하고 올게요.” 저학년 수업에서 단순 기능 훈련의 반복은 재미가 없다. 발차기 기능 한 번에 체력 훈련 반 번씩 반복해주면 어느새 저학년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다닌다.
빵! 빵! 시원시원한 고학년의 발차기
고학년은 같은 초등학생이라도 저학년과 또 다르다. 품새나 막기 동작 같은 반복적인 훈련은 귀찮아하고 힘들어한다. 아래 막기, 몸통 막기, 지르기 등 기초 동작 훈련에는 기합 소리도 내지 않고 흐느적거린다.
그래서 고학년은 체력훈련과 발차기 동작을 다양하게 연습했다. 앞차기, 돌려차기 등 처음에는 동작도 어색하고 힘이 실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어느덧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태권도 수업을 하는 강당에 고학년들이 수업을 하면 빵! 빵! 하고 태권도 미트를 차는 소리들이 울려퍼진다. “선생님, 발차기하니깐 스트레스가 풀려요.” 발차기가 어느 정도 숙달이 되니, 상체에 불필요한 힘은 빠지고 다리에는 적절히 힘이 들어간다. 부드러우면서도 빠르게 움직이는 발차기는 보기에는 가벼워 보여도 제법 힘이 실린다.
“아싸! 맞췄다.” 보호구가 없기 때문에 약식 겨루기를 실시한다. 한 사람은 발차기 미트를 잡고, 앞뒤로만 움직인다. 상대방은 이 미트를 발차기로 맞추면 된다. 얄밉게 왔다갔다하며 피하는 친구의 미트를 발로 빵! 하고 차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기쁨의 감탄이 터진다.
저학년 격파 연습
저학년 품새 연습
고학년 발차기 연습
어느새 1년, 그리고 2년차
아이들의 전체적인 태권도 실력이 향상되었다. 저학년 아이들은 자신감이 넘친다. 2학기 공연 연습 차원에서 격파 연습을 실시하는 데, 한 번이라도 더 연습해 보려고 난리다. 체구가 작은 여학생들은 처음에는 무서워서 내지르는 주먹에 힘이 안 실리지만, 약간의 요령을 습득한 후 격파에 성공하면 커다란 감탄이 쏟아진다. 2~3학년 남학생들은 조립식 송판을 누가 더 많이 깨는지 도전중이다. 송판의 숫자가 하나둘 쌓이는 만큼 도전하는 기합 소리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고학년 여학생들은 어느새 다리가 높이 올라간다. 수업 시간이 되면 서로 발차기 높게 찰 수 있다고 자랑한다. 고학년 남학생들은 태권도를 배운 티가 꽤 난다. 약식 겨루기라도 하면 제법 선수 같은 몸놀림으로 공격하고 피한다. 몸풀기 발차기를 할 때는 건성건성 설렁설렁하는 것 같아도 자세들이 꽤 나온다. 이에 고난이도 발차기인 점프 발차기와 회전 발차기 연습도 시작되었다. 힘들고 자세도 나오지 않지만, 격파 도구를 준비하면 눈빛이 달라진다. 조금 더 높이, 조금 더 멀리 점프해서 차려고 연습에 또 연습을 한다.
태권도를 배운 우리 연변한국국제학교 학생들은, “나도 태권도 할 줄 알아요.”라는 말을 당당히 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늘었다. 겨우 1년 반, 주 1회의 수업이었고, 코로나19로 인해 4~5개월 정도는 온라인 수업을 할 수밖에 없었던 악조건이었다. 한국의 태권도장처럼 푹신한 매트가 아닌 딱딱한 강당 바닥에서 연습을 했다. 하지만 다들 즐기면서 태권도를 배웠다. 고학년의 경우, 남은 2학기 수업을 실시하면 다들 공인 1단에 도전할 수 있는 실력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든다.
“선생님 요즘 태권도 도장이 많이 없어진 것 같아요.” 작년 제자였던 7학년 학생이 이야기한다. 태권도 수업을 듣기 전부터 학원에서 태권도를 배웠던 학생이다. 확실히 1년 사이에 기존에 보이던 도장들이 많이 없어졌다. 집 바로 옆에 있던 종합무도장에도 태권도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아이들이 줄었다. 코로나19의 영향일 수도 있고, 한중관계 악화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중국이라는 타국에 살기 때문에 우리 학생들이 한국 문화를 많이 접할 수는 없지만, 한국학교가 있기 때문에 문화정체성을 끝없이 이어 나가고 있다. 앞으로도 태권도를 통하여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즐겁고 행복한 연변한국국제학교 학생들이 되길 바라본다.
김성종 연변한국국제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