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생님, 독도가 없어요!
- 어? 진짜 없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큰 섬은 제주도예요. 한반도의 동쪽, 동해 바다에 울릉도가 있고 그 옆에 작은 돌섬이 있어요. 독도를 찾아볼까요?’로 시작된 ‘독도교육 주간’ 계기교육 수업 중이다. 그런데 섬이 있어야 할 자리에 아무것도 없다. 진짜 없다!
해외 초·중등학교(각국의 교육부 승인을 받은 공교육기관이자, 한국어를 정규과목으로 채택하거나 채택 예정인 기관) 중 하나인 말레이시아 중등학교에서는 2022년부터 현지 초·중등학교용 교재를 보급받아 사용하고 있다. 작년 중등학교 1학년(Form 1)은 범용교재*의 Pre-A1 단계를 사용하였다. 분명히 주요 도시를 표시하고 독도와 울릉도를 찾아 표시하면서 계기교육까지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다.
범용교재 Pre-A1 표지
독도와 울릉도 표기된 범용 교재 Pre-A1의 41쪽
주요 도시를 찾으면서 울릉도와 독도를 함께 찾아본다.
이 부분을 활용하여 독도 관련 계기 교육이 가능하다
문제는 올해 사용한 **맞춤형 교재이다. Pre-A1에는 삽화마다 독도가 없다. 현지어 맞춤 교재를 사용하는 태국, 필리핀, 라오스, 몽골, 브라질, 우즈베키스탄의 교재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말레이시아 맞춤형 교재 삽화에는 한반도만 있다는 사실이다.
말레이시아 맞춤형 교재 Pre-A1 표지
독도와 울릉도 표기가 없는 맞춤형 교재 Pre-A1의 79쪽
국내 초·중·고등학교 검인정 교과서의 검수 위원들은 대한민국 영토 삽화나 사진에서 독도가 표기되었는지를 꼭 확인한다. 아무리 작은 지도에서도 독도는 꼭 표기되어야만 한다. 독도가 누락되었으면 ‘수정보완 및 지적’으로 삽화 수정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만 한다. 또한 교육부에서는 매년 <독도 교육 활성화 계획>을 통해 국내외 교육활동 성과와 교육계획을 발표한다. 국내에서 독도 교육을 이렇게 중요하고 강조된다면 해외로 보내는 교과서의 내용은 더욱더 중요하게 더 검토되어야 하지 않을까?
강치를 색칠하고 있는 학생
독도 교육 후 기념 사진
일본국립전시관 공식 홍보영상 중 ‘다케시마는 일본 땅인데도 갈 수 없는 장소야. 일본이 개간한 곳이지만 지금은 갈 수 없어. 하지만 아들이 성장했을 때는 꼭 갈 수 있게 될 거야.’라는 부분이 뉴스로 보도되면서 우리의 공분을 산 적이 있다. 아직 새 책 냄새가 물씬 나는 교재에서 독도가 대한민국 영토에 표기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얼굴이 빨개지고 분노가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당연히 주장해야 하고, 우리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해야만 하는 영토도 표기가 되지 않은 교재를 해외에서 사용하고 있다는 상황이 부끄러웠다. 삽화에서 무슬림 뚜둥(스카프)을 쓰고 있어서 학생들에게 친근하다는 것, 색감이 좋고 그림이 예쁘다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점을 모르는 것일까. 애써 만들어 해외에 보낸 교재 삽화에 독도를 그릴 여백이 없어 못 그렸다는 것은 핑계가 되지 않는다.
한국어를 교육한다는 것은 한글만 지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문화도 함께 교육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에게 역사 속에서 어떤 과정으로 독도를 지켜왔으며, 강치와 천연자원 그리고 이 돌섬에 담긴 이야기를 한국 문화와 더불어 학생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해외에 있는 교사의 또 하나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매년 독도 관련 교육을 해야만 한다.
“독도가 지도에 없으니 우리가 그려 넣자!”라고 말하는 내가 대한민국 국민으로 부끄럽다. 독도 없는 대한민국의 지도가 마음을 무겁게 한다.
* 범용교재: 유럽공통참조기준(CEFR)의 언어 능력 등급 체계, 교육과정 구성 체제를 활용하여 각국 초·중등 한국어 학습자를 위해 마련한 국제적 통용성을 갖춘 한국어 교육과 정현지 교사의 한국어 수준 및 교수·학습 편의성을 고려해 영어를 병기함.
** 맞춤형 교재: 국가별 특성과 현지 교육과정을 반영한 현지 맞춤형 교재로 현지어를 병기하여 교재 활용도를 제고한 교재.
김경민 국립국제교육원 파견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