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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한국학교 졸업생
사회 생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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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승무원으로 살아가기

1. 현재 어떤 일을 하고 계시는지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현재 아랍에미리트의 국영항공사인 에티하드항공 (Etihad Airways)에서 항공 객실 승무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승객이 목적지에 편안하고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도록 기내 안전과 보안 그리고 서비스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부수적으로, 외국 항공사의 한국인 승무원으로서 한영 통역 서비스도 맡고 있습니다.

2. 현재의 진로를 선택하게 되신 동기가 있으신가요?
중학교 때부터 해외에서 거주하면서 주기적으로 비행기를 이용했지만, 객실 승무원의 존재가 인상에 남았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어쩌면 당시 저에게 승무원이란 그저 비행기를 타면 당연히 있는 직원 정도로 생각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2013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시아나 항공의 착륙사고가 발생하고 뉴스에 나온 2장의 사진이 제 진로를 크게 바꾸었습니다. 해당 사진에서 승무원은 승객을 업고 현장을 대피하고 있었습니다. 또, 구두를 잃어버린 채 맨발로 서서 승객 옆을 지키고 있는 사진도 있었습니다. 이 사진 두 장은 객실 승무원의 책임감과 필요성을 아주 잘 보여주었습니다. 동시에 객실 승무원이란 직업이 제가 해야 하고 또 하고 싶은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새로운 진로를 향해 바로 준비를 시작하였습니다.

3. 업무 및 연구 분야가 사회에 끼치는 영향과 그로 인하여 가장 보람을 느끼셨을 때는?
사실 항공 객실 승무원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은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앞서 언급한 샌프란시스코 착륙사고처럼 사고 후 승객을 대피시키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언론에서 항공 사고 관련 소식이 없었다면, 승무원은 오늘도 사회에 본인의 역할과 임무를 다 수행한 것입니다. 아부다비에서 뉴욕으로 가는 비행이었습니다. 이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미미하지만 뿌연 연기가 객실 내에 차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저는 회사의 정책에 따라 바로 기장님께 보고하였고, 해당 비행은 안전을 위하여 이륙이 중지되었습니다. 연기의 원인을 찾고 해결하는 데에 3시간 이상 소요되며 그만큼 이륙이 지체되었습니다. 연착 3시간과 비행 14시간 동안 많은 승객이 불편함을 호소할 때, 한 고령의 손님께서 승무원을 한 명씩 찾으시며 감사 인사를 주셨습니다. 덕분에 무사히 고향에 왔다며 한 명 한 명의 손을 잡아 주셨습니다. 손님에겐 그저 간단한 인사였겠지만, 전 큰 보람과 감동이 되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해당 승객처럼 안전하게 도착하여 행복하신 승객의 모습은 제가 객실 승무원이 된 보람을 느끼게 해줍니다.

4. 하루일과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저의 하루는 승객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일찍 시작되고 더 늦게 끝납니다. 우선, 승무원의 근무는 유동적입니다. 매일 일정표를 확인하여 컨디션을 조절하는 것부터가 하루의 시작입니다. 만약 오늘 비행이 있다면, 근무 복장과 외관을 갖추고 해당 비행에 관련하여 여러 공부를 합니다. 어떤 항공기를 타는지, 회사 정책이 바뀐 것은 없는지, 도착하는 나라에 특별한 규정은 없는지 등등 꼼꼼히 확인합니다. 출근은 승객을 만나기 2시간 ~ 2시간 30분 전에 이뤄집니다. 해당 비행에 대한 간단한 시험에 통과해야 출근이 인정되고, 객실 승무원 간의 회의와 운항 승무원(기장과 부기장)을 포함한 합동 회의만으로도 이미 50분이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입니다. 공항으로 옮겨 보안 검사, 출국 심사를 지나쳐 비행기에 도착하고 나서도 안전 보안 장비 검사, 보안 검사, 서비스 물품/식품 검수 등등 필수 확인 절차를 끝내야 드디어 승객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객실 승무원은 비행기 안에서 여러 검사를 하다 보면 비행이 끝납니다. 승객에게 서비스하는 승무원의 익숙한 모습 이외에도, 아픈 승객을 처치하거나 안전 보안 검사를 합니다. 승객이 모두 항공기에서 내린 이후에도, 승객이 놓고 내린 짐은 없는지, 수상한 물건은 없는지, 사용한 장비는 규정에 맞게 마무리하였는지 꼭 확인하여야 합니다. 검사에 검사를 거듭하다 보면 어느새 퇴근 시간이 다가옵니다. 이제 비행기와 공항에서 벗어나 회사에서 제공한 호텔에서 다음 비행을 위한 휴식을 즐깁니다. 휴식 시간이 충분하다면 해당 국가에서 관광을 즐기기도 하지만, 너무 힘든 날에는 호텔 방에서 잠만 자기도 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5. 현재 하고 있는 일의 가장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많은 분이 예상하시는 것처럼 여러 나라를 다닐 수 있는 것이 제 직업의 장점입니다. 이를 포함하여 객실 승무원이란 직업엔 정말 많은 장점이 있지만, “가장 좋은 점”을 꼽자면 공사 분리가 쉽다는 것입니다. 일반 회사의 경우 야근 혹은 회식이 잦습니다. 매일 같은 직장 동료와 근무하기 때문에 인간관계가 까다롭기까지 합니다. 반면, 객실 승무원은 공항을 나오면 추가 근무가 전혀 없습니다. 같이 근무하는 동료가 매일 바뀌어 회식이 있기 힘들고, 동료와 갈등이 있더라도 다음 비행에 해당 동료를 만나지 않습니다. 또, 일반 직장은 업무가 연장적이기 때문에 내일을 위하여 퇴근 이후에도 걱정하고 고민해야 하지만, 승무원은 오늘 비행기에서 일어난 일은 비행기에 버려두고 퇴근할 수 있습니다. 내일은 다른 비행기, 다른 승객, 다른 목적지의 일을 하기 때문입니다. 휴식을 취해야 하는 시간에 확실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것이 제일 큰 장점입니다.

6. 10년 후의 자신의 모습은 어떨 것이라고 생각하는지요?
우선 이 직업을 앞으로 6~7년 정도 더 근무할 계획입니다. 아직 정확히 정해진 것은 없지만 10년 후에 항공기 조종사나 간호사를 할 생각입니다. 객실 승무원을 하며 스케줄 근무와 항공업이 저와 잘 맞는다는 생각을 하여 항공기 조종사가 되면 더 오래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비행기 맨 앞에서 하늘을 구경하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기내에서 아픈 승객을 많이 보면서, 의료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지금처럼 객실 승무원으로서 환자의 상태가 더 악화하지 않도록 응급처치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더 많은 지식과 책임감을 가지고 환자를 보고 싶어졌습니다. 아직 정하지 못하였지만, 앞으로 객실 승무원으로서 근무하다 보면 방향이 명확해질 것이라 믿습니다.

7. 재외한국학교(고등학교) 재학생 및 대학생 후배들에게 하고 싶으신 이야기를 들려주십시오.
저는 큰 갈림길 앞에 서 있을 때마다, “불확실성”에 많이 울고 힘들어했습니다. 대학 학과를 정할 때도, 입시를 할 때도, 직업을 고를 때에도, 졸업 후 취업을 준비할 때도, 무언가를 향해 열심히 달리고는 있지만, 과연 목표 쪽으로 달려가고 있는 것이 맞는지 자신을 의심했습니다. 후배 여러분들도 저와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시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힘들었던 순간들이 저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원하던 학과의 대학에서 공부하면서, 객실 승무원을 하면서, 적응하기 힘들고 이상과 다른 현실에 좌절도 했지만, 제가 노력하여 성취한 만큼 더욱 힘을 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조금 멀리 돌아갈지라도 여러분의 시간은 헛되지 않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모두 힘내시기를 바랍니다.

조아라(대련한국국제학교 13년 졸업) 에티하드 항공 객실 승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