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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학부모로 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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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모든 순간이 별처럼 빛나라

“네 러시아라구요?”

1년 전 처음 엄마가 일을 하기 위해 러시아 모스크바에 가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세 아이의 반응은 모두 이러했다. 아! 다섯 살 막내는 무슨 일인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그저 놀란 분위기에 까만 눈만 댕글댕글 굴리기는 했지만.

한국은 한참 코로나 방역이 제법 선방하고 있을 때지만 러시아는 1일 확진자가 2만 5천명씩 나오던 때였다. 양가 부모님들과 가족들의 걱정도 있었지만 기존 모스크바에 있는 지인을 통해 전체적인 코로나 상황과 사회 분위기에 대한 소식을 전해 듣고 용감히 해외생활에 뛰어들게 되었다.

해외 생활을 결정하면서 가장 앞서 해결해야 할 문제는, 모든 아이를 가진 부모가 그러하듯 아이들 학교를 선택하는 문제였다. 아직 유치원에 다녀야 할 나이인 어린 막내와 해외로 나가게 된 소식을 듣자마자 가장 강하게 반발했던 둘째 아들, 이제 중학교에 들어가야 할 나이인 첫째 딸까지, 모두의 상황과 해외라는 여건을 감안하여 어떤 학교를 선택해야 할지 많이 막막하고 걱정되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런데 정말로 다행히 모스크바한국학교가 바로 곁에 있었다. 모스크바한국학교에는 병설유치원도 있기 때문에 둘째와 막내의 학교문제가 바로 해결되었다. 모스크바한국학교는 초등과정만 있기 때문에 중학생이 된 큰 아이는 집과 가까운 국제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이제 아이들이 모스크바에 온 지 정확히 1년이 되었다. 모스크바한국학교는 작년 많은 소용돌이 속에 있었던 것 같았지만, 현재는 아주 안정적인 상태에서 학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삼중언어(한국어, 영어, 러시아어) 교육이 특색인 모스크바한국학교 덕분에 처음 모스크바에 올 때만 해도 영어단어 egg, milk만 알던 둘째는 얼마 전 영어교과서를 한글책 읽듯이 줄줄 읽어서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러시아어도 이제 나보다 잘 읽는 수준이 되었다. 한국은 여전히 전면 대면수업이 어려운 상태이지만 모스크바한국학교는 기본적으로 전면 대면수업을 하고 있고, 코로나 확진자 발생으로 온라인 수업을 하더라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모든 수업이 실시간으로 6교시, 7교시까지 이루어져 수업 손실이 전혀 없다. 심지어 방과후 수업까지 온라인으로 착실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둘째 아들은 한국에서 조용한 편의 아이였다. 코로나 영향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옆 친구 이름에도 별로 관심을 갖지 않던 아이였는데 모스크바한국학교에서는 훨씬 적극적이고 자기의견을 잘 표현하는 아이로 바뀌었다. 올해 전교 부회장 선거에 출마해 보겠다고 해서 “이 아이가 이런 아이였나?”하며 또 한 번 깜짝 놀랐던 기억이다. 소규모 학급이다 보니 모든 선생님께서 한 아이, 한 아이에게 모두 관심을 표현해 주시기 때문인 것 같다. 아들의 담임선생님은 항상 아이들을 칭찬해주시지만 잘못했을 때는 개별적으로 상담하시며 잘못을 바로잡아주신다. 한국학교의 모든 교직원은 학생들의 이름을 다 알고 계시기 때문에 학교 어디에서 마주쳐도 이름을 불러주신다. 더울 때나 추울 때나, 요즘처럼 모스크바의 기온이 영하 20도일 때에도, 아침마다 교문에서 교장 선생님께서 모든 등교하는 아이들을 맞아주신다. 아이들은 매일 교장 선생님 품에 안기고, 선생님들의 관심과 따뜻함 속에서 자란다.

병설유치원에 다니는 막내는 매일 얼마나 다양한 활동을 하는지 그저 감탄만 나올 뿐이다. 유치원 선생님들께서 각자 갖고 계신 달란트로 매일 풍성한 수업을 해주신다. 러시아어 선생님과 영어 선생님 덕분에 외국어도 많이 늘겠지만, 무엇보다 매일 손을 사용해 무엇인가 오리고 만들고 붙이고, 또 그것들을 자랑스럽게 전시해놓는 활동들로 자존감이 부쩍부쩍 크고 있다는 것이 보인다. 주말도 싫고, 방학도 싫다 한다. 월요일이 가장 좋고 매일 유치원에 가고 싶단다.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큰 아이는 영국계 국제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워낙 동양인이 없는 학교다보니 처음엔 놀림도 간혹 받고 시험문제를 이해하지 못해 풀지 못하기도 하고 하고자 하는 말을 다 못해서 좀 답답해하기도 했지만 1년이 되는 지금은 그런 문제들이 많이 해소된 상태이다.

아이들을 국제학교에도 보내고 한국학교에도 보내다보니 비교가 될 수밖에 없는데, 아이들에게는 그 아이에 맞는 교육환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마다 다르겠지만 우리 둘째 같은 경우엔 그저 해외생활에서 외국어를 확실히 하겠다고 국제학교를 보냈다면 더 소극적이고 움츠러드는 아이가 됐을 것이다.

우리가 지금 러시아에 머무는 시간은 인생 전체로 볼 때 참 짧은 기간이겠지만 모스크바한국학교가 나와 우리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결코 짧지도 가볍지도 않을 시간임을 고백한다.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배움과 교우관계를 통해 더 마음밭이 넓은 아이들로 성장하길, 이를 통해 살아가는 모든 순간이 별처럼 반짝반짝 빛나길 바라본다.

전통놀이 체험 행사중인 막내

학교 앞에서 자치회 활동 중인 둘째

모스크바의 겨울 삼남매

이영심 모스크바한국학교 학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