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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기회로 안전한 학교 만들기

1. 안전한 학교에 위기가 찾아오다

파라과이 교포 박혜숙 씨가 백명자 님과 함께 매주 토요일 가정집에서 10명의 어린이를 모아 한글교육을 시작한 때가 1976년이다. 네덜란드 보이스벤호에 승선한 농업이민단 30세대 95명이 부산항을 출발하여 북태평양, 인도양, 대서양을 누비며 부에노스아이레스를 거쳐 파라과이의 아레구아(Aregua)에 도착한 때로부터 11년 후의 일이다. 현지 학교를 빌려 운영하던 시절을 거쳐 1983년부터 한국학교를 건립하기 위한 모금 운동이 시작되었다. 1985년에 대지를 매입하고 한국학교 건립 기공식을 한 뒤, 1988년부터 건축공사를 착수하여 4차에 걸친 공사 끝에 1993년에 준공식을 거행하였다.

지금은 번듯한 4층 건물에 한인회 사무실, 한국교육원, 토요 한글학교와 함께 학교 시설과 건물을 사용해 한국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건물이 지어진 지 30년이 지나 곳곳에서 노후화가 진행되었다. 이로 인해 교육부 운영비 지원과 특이소요 지원예산 등으로 시설관리에 힘쓰던 중, 위기가 찾아왔다. 2020년 11월, 밤새 많은 비바람이 불더니 1992년에 지어진 2층 세종관(강당)의 지붕부터 천장, 벽체가 차례로 무너지고 말았다. 다행히 인명피해가 전혀 없어 매우 안도하였으나 피해가 발생한 날부터 비바람이 그치지 않아 강당의 모든 시설은 물론 아래층의 초등 모든 교실과 복도, 교무실은 누수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코비드19로 인하여 원격수업을 하고 있었지만, 추가붕괴 우려와 곰팡이 악취로 교직원들이 제대로 근무하기가 어려운 지경에 놓이고 말았다.

사고 다음 날부터 강당 중앙부에 철제 빔을 설치하는 등 긴급 보수를 하는 동시에 비가 올 때마다 직원들이 강당 바닥에 방수비닐을 깔고 물통을 받쳐놓고 빗물을 퍼내기를 거의 두 달간 되풀이했다. 최근승 사무관 등 교육부 담당관의 적극적인 지원과 우인식 대사를 위시한 대사관 관계관의 관심으로 복구예산을 전액 확보할 수 있어서 너무나 다행스러웠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이 지면을 빌어 다시 한번 교육부의 최근승 사무관과 우인식 대사님의 지원과 관심에 감사드린다. 트란낄로(tranquilo)한 파라과이 사정상 예산이 확보되어도 복구공사가 이루어지기에는 또다시 2개월이 필요했다.

2. 위기를 변화와 발전의 기회로 만들다

올해 3월부터 6개월간의 기나긴 복구공사가 이루어졌다. 복구공사 초기의 두 달간 교사들은 잦은 정전과 인터넷 불통에도 불구하고 컴퓨터실과 재택근무를 오가며 원격수업을 진행하였다. 교장실은 세종관(강당) 출입문 옆이라 날마다 공사 현장을 수없이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지만, 공사소음 또한 오롯이 감내해야 했다. 4월에는 현지 보험사로부터 학교에서 가입한 건물보험과 화재보험에 대한 보상금이 일부 나왔다. 기대하지 않았던 보험 보상금으로 노후한 시설공사와 학생 안전에 필요한 대수선 공사를 할 수 있었다. 종전의 낡은 세종관(강당)은 피해 발생이 없었더라도 많은 리모델링이 필요했던 공간이었으나 소요재원을 마련할 방안이 보이지 않는 열악한 학교 재정으로 인해 쉽게 엄두를 내기 어려웠다. 이번 복구공사로 지붕, 천장, 마룻바닥, 무대, 창호, 선풍기를 모두 교체할 수 있었다. 벽체 일부도 보강하였고, 무대 쪽 측면에 최신형 멀티비전을 설치하였다.

화재보험 보상금으로는 유치원 야외놀이시설 전부 교체, 교실 바닥 함몰 공사, 1층 교실 방수공사, 균열 벽체 수리, 운동장 바닥 및 체육시설 수리, 야외 옹벽 보강 및 화단 정비, 주차공간 정비, 사육관찰장, 어린이텃밭 수리, 안뜰 정비, 수영장 수리 및 도색 등의 공사를 할 수 있었다.

3. 작지만 안전하고 내실있는 학교

지난 9월 1일에 복구된 세종관(강당)에서 우인식 대사와 내빈, 본교 교육가족이 함께 재개관식을 거행하여 복구 과정 전반을 보고하고 현장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내년에는 개교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학부모의 교육열을 원동력으로 삼아, 더욱 안전하고 쾌적한 교육환경을 만들고 사랑으로 학생들을 지도하겠다는 다짐을 하는 자리이기도 하였다. 2학기부터 코비드19도 잠잠해져서 등교수업과 원격수업을 병행하고 있다. 등교하는 학생들이 밝은 얼굴로 세종관에서 체육, 학예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면 그동안의 어려움은 모두 잊게 된다. 교육원은 토요일에 수시로 세종관(강당)을 대여하여 활용하고 있고, 토요한글학교 학생들도 토요일마다 새로 정비된 본교 교실과 운동장, 그리고 세종관(강당)을 맘껏 사용하고 있다.

방금 세종관(강당)에서 1~2학년 학생들의 1박 2일 쑥쑥캠프 개영식을 하였다. 캠프에 참여한 아이들은 세종관(강당)과 예절실에서 1박을 하며 잊을 수 없는 한국학교의 추억을 쌓으리라. 안뜰의 수영장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늦은 오후의 여름 더위를 하늘로 올려보내고 있다.

김해진 파라과이한국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