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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텐탁! 한국학교!

할로! 안녕하세요! 선생님! 반가운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립니다. 교실 문을 들어서는 아이들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집니다. 마스크 너머 반달 눈이 되는 것을 보니 활짝 웃고 있는 것이 분명하겠죠. COVID-19의 여파로 벌써 1년 남짓 동안 온라인 수업과 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하다 2학기부터 전면 대면수업으로 변경되며 교실에서 만난 아이들의 모습은 그렇게 빛났습니다.

여기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한국학교 고3반 교실입니다. 20명의 멋진 학생들이 있구요. 눈코뜰새 없이 바쁜 독일에서의 고3 생활도 한국에서의 고3 수험생 못지않습니다. Abitur (대입시험) 준비하랴, Praktikum(실습) 하랴…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학생들이 매주 토요일, 모국어인 한국어와 한국문화, 한국역사를 배우기 위해 이곳 프랑크푸르트 한국학교에 모였습니다. 거리두기 규정으로 띄엄띄엄 앉아 있긴 하지만 아이들의 눈빛에서 활기와 생동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보고 싶었던 친구들과 수다 삼매경에 빠져 있는 아이들에게 약간의 시간은 허락해줘도 되지 않을까 싶어 물끄러미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봅니다. 당연했던 일상을 만끽하는 것이 이렇게나 어려울 줄이야 그 누가 상상했을까요. 오늘도 행복의 무대에서 수업을 시작해 봅니다.

오늘 1, 2교시 수업은 고등학교 과정인 『화법과 작문』 교과서에 수록된 단원 2. 『표현과 사고』에서 아픈 친구를 돕기 위해 어떻게 하면 전략적으로 표현하고 동영상 홍보물을 만들 것인가에 대해 아이들과 함께 학습활동을 할 예정입니다. 한국학교 고3 학생이긴 하지만 아직도 우리 아이들은 한국어에 서투릅니다. 문법학습은 아이들 수준에 맞게 다시 교안을 짜서 어려운 한자어나 어휘는 알기 쉬운 독어단어로 편집합니다. 먼저 5개의 모둠으로 나누어 모둠원들과 동영상을 제작할 대본을 만듭니다. 우리 반에는 전문장비(셀카봉 등)를 구비한 촬영감독, 배우와 무대를 멋드러지게 장식하는 미술감독, 교실이 떠나가라 리액션을 해줄 관객들이 매시간 존재합니다. 모둠별로 준비한 대본으로 발표를 하기 전 모든 스탭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입니다. 그리고 모둠별로 준비한 한 편의 멋진 공연을 급우들에게 선사합니다. 발표 끝에 신랄한 비평과 평가를 하며 모둠별로 조언과 질책을 아끼지 않는 것이 우리 아이들의 매력입니다. 한국어가 서투른 친구가 갑작스러운 독일어를 뿜어 대도 언제나 친절하게 통역하여 알려주는 친구도 있으니까요. 오늘 우승한 모둠은 아픈 친구를 위한 모금활동을 하기 위해 포스터를 제작, 한 편의 모노드라마 형식으로 만들어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관객들이 된 급우들은 너무 진지하게 임하는 친구들을 보며 웃음을 참지 못했지만 최대한 아픈 친구가 지나친 동정으로 마음 상하지 않게 배려하는 대사 한 줄 한 줄에 감동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마지막 3교시에는 지난 시간 예정되어 있던 『독도는 우리 땅』 개정가사 외우기입니다. 부모님 세대에 유행하였던 이 노래 가사를 모둠별로 외워서 친구들 앞에서 노래 부르기입니다. 아이들에게는 너무나도 낯선 지명과 역사적 사실이었지만 가사에 대해 먼저 설명을 한 후 연습을 시켰더니 어느새 노래를 읊조립니다. 학습 방법은 독도에 대한 지리와 역사를 알기 쉽게 표현하고 있는 노래의 가사를 시간을 정해 놓고 외워 2인 1조로 교실 앞에 나와 친구들 앞에서 노래로 불러야 합니다. 독도 문제를 우리 아이들이 타국에서 살면서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인지하고 있는 것이 기특하고 대견합니다. 독일에서 태어나 부모님이 흥얼거렸던 노래를 나도 모르게 읊고 있는 것이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친구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에 코끝이 찡해지는 것은 머나먼 타국에서 한국어를 잊지 않고 배우고 있는 아이들의 열정이 마음으로 느껴졌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프랑크푸르트 한국학교 고3 학생들은 특별합니다. 한국인으로서 독일에서 살아간다는 것. 결코 쉽지 않은 길을 걸어가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특별함’이 존재합니다. 이 특별함은 앞으로 어떠한 상황에서도 우리 아이들을 지탱하는 든든한 발판이 될 것입니다. 유치원 시절부터 엄마 손을 잡고 매주 토요일 한국학교 정문을 들어서서 시작한 것이 13년이 다 되어 갑니다. 이제 곧 졸업이라는 것도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 이제 우리 아이들은 독일과 대한민국, 양국 간의 산업, 문화와 교류를 이어가는 첨병이 되어 갈 것입니다. 구텐탁! 한국학교! 오늘도 독일 프랑크푸르트 한국학교 고3반 친구들은 멋진 한국인으로서의 한 발을 내딛습니다.

차렷! 경례! 배꼽인사!
선생님! 감사합니다!
얘들아! 다음주 토요일 우리 행복의 무대에서 다시 만나자!

사진1) 1, 2교시 표현과 사고–친구를 위한 홍보물 제작

사진2) 1, 2교시 표현과 사고–친구를 위한 홍보물 제작

사진3) 1, 2교시 표현과 사고–친구를 위한 홍보물 제작

사진3) 독도는우리땅 개정 가사 외우기

김지혜 프랑크푸르트한국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