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영 필리핀한국국제학교 교사
재외한국학교는 초·중·고등학교 학교급까지 운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필리핀한국국제학교(KISP)는 유치원부터 초등, 중등, 고등학교까지 모든 학교급이 함께 운영되는 교육기관이다. 규모는 작지만, 오히려 이 작음이 서로를 더 가까이 연결하는 힘이 되어준다. 나는 이 구조적 강점을 살려, 다른 재외한국학교에서는 시도하기 어려운 세대 간 통합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넘나듦 이음교육』이다.
‘이음교육’은 본래 유치원과 초등학교 사이의 자연스러운 연계를 뜻하는 교육 모델이다. 하지만 KISP에서는 『넘나듦』이라는 개념을 더해,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넘어 중·고등학생까지 함께하는 교육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연결이 아닌, 세대 간의 유대와 상호 성장을 추구하는 《관계 기반 교육》의 모델이자 실천이다.
우리는 이제 교과 중심의 지식 전달을 넘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 공감, 소통을 키우는 교육으로 나아가야 한다. 특히 AI 시대의 핵심 역량인 관계 감수성과 다세대 간의 공감 능력은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가치이자, 미래 교육이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축이다. 『넘나듦 이음교육』은 바로 그 감수성과 관계 중심성을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길러주는 교육이다.
| 구분 | 이음교육 | 넘나듦 이음교육 |
|---|---|---|
| 대상 | 유치원 ↔ 초등학교 | 유치원 ↔ 중·고등학교 |
| 목적 | 입학 전 적응 | 세대 간 상호 성장 AI 시대 핵심 역량인 관계 감수성 함양 |
| 활동 범위 | 교실 중심 연계 | 놀이, 진로, 생태까지 확장 공감·소통 중심의 실천적 삶의 교육 |
| 관계 | 교사 중심 | 또래, 형·누나 중심의 관계 맺기 세대 간 공감과 소통 능력 강화 |
| 미래 가치 | 입학 연계 기반 |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 역량 (돌봄·소통·공감)을 기르는 미래 교육 |
이 프로그램의 시작은 중·고등학생들의 그림책 읽어주기 봉사였다. 그러나 단순한 봉사에서 머물지 않고 놀이 활동으로 확장되자, 학생들의 반응은 놀라울 정도로 적극적이었다. 자발적인 신청이 이어졌고, 현재는 50명이 넘는 중·고등학생이 참여하고 있다. 그중 중학생들은 봉사에 참여하지 못한 날이면 “보강 해주시면 안될까요?”라며 아쉬움을 표현하기도 하고, 고등학생들은 유치원생들과의 시간을 힐링의 시간으로 받아들이며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 특히 나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유치원 교사 직업 체험’을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다. 진로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시기, 유치원에서의 체험은 단순한 경험을 넘어 자아 탐색의 기회가 되고 있다.
또한, 아이들이 형·누나와 함께하는 활동을 너무나 좋아해서, 처음의 ‘꿈자람 길잡이’ 활동을 넘어서 풍선놀이, 게임, 보물찾기, 물총놀이 등 다양한 놀이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확장하고 있다. 이 안에서 중·고등학생들은 단순한 도우미가 아닌, 동생들과 함께 즐기고 돌보는 진정한 동반자로 성장하고 있다. 놀이는 단순한 활동이 아니라 관계를 맺고, 서로를 이해하며, 공감 능력을 키우는 실천의 장이다. 이를 통해 중·고등학생들은 자연스럽게 타인에 대한 감수성과 사회적 책임을 배워가고 있다.
| 꿈자람 길잡이 활동 모습 | 확장된 놀이 및 활동 모습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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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책 길잡이 | 실로폰 길잡이 | 형·누나 찾기 놀이 | 풍선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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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훌라후프 길잡이 | 미술 길잡이 | 보물찾기 | 물총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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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래놀이 길잡이 | 전래놀이 길잡이 | 새집 달기 | 유치원 교사 직업 체험 |
▣ 교육의 확장: 관계 중심, 생명 중심의 미래형 교육
최근에는 유치원생과 중·고등학생이 함께하는 ‘새집 만들기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함께 새집을 만들고 설치한 후, 모이를 주며 새를 관찰하는 활동은 생명 존중과 생태 감수성을 키우는 자연 친화적 교육으로 확장될 예정이다.
이처럼 유치원생에게는 형·누나와의 놀이 속 배움이라는 특별한 경험을, 중·고등학생에게는 나눔과 돌봄을 통한 자아 성장을 제공하는 이 프로그램은, 단지 교육과정을 잇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마음을 잇는 교육》이라는 점에서 본질적인 의미를 갖는다.
세대가 다르고 역할이 다르지만, 서로를 통해 배우고 함께 성장하는 이 관계 중심 교육은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사회적 상상력’과 ‘공감 기반 리더십’의 밑거름이 된다.
▣ 재외한국학교의 조건을 기회로 전환
이러한 시도는 한국에서도 흔히 접하기 어려운 유형의 통합교육 모델이다. 그러나 해외, 특히 다양한 문화와 교육 수요가 공존하는 재외한국학교의 특수성은 오히려 이런 도전을 가능하게 했다. 특히 병설유치원을 포함하고 있는 필리핀한국국제학교의 구조는, 유아-초등-중등-고등이 자연스럽게 교류하며 상호 배움을 실천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학제 간의 연계, 연령 차이를 뛰어넘는 배움, 관계 중심의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넘나듦 이음교육』은 재외한국학교가 지닌 제한된 환경을 창의적 교육 실천의 기회로 전환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는 자원이 풍부한 곳에서만 가능한 교육이 아니라, 제약을 기회로 전환한 ‘관계혁신’의 교육이기도 하다.
▣ 함께 자라는 학교, 함께 성장하는 교육
유아 한 명 한 명의 눈높이에 맞춘 활동을 준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매주 아이들이 보여주는 기대 어린 눈빛과 “오늘은 어떤 형이 와요?”라는 질문은, 교사로서의 사명과 기쁨을 다시금 되새기게 만든다. 나는 지금 유치원생들의 마음만 돌보는 것이 아니라, 중·고등학생들의 내면 또한 함께 돌보고 있다.
『넘나듦 이음교육』은 단지 유치원과 초·중·고를 연결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그것은 함께 살아가는 모든 세대가 배움의 주체로, 관계의 중심으로 연결되는 삶 중심의 교육 모델이다. AI와 기술이 빠르게 발달하고 있는 지금, 교육의 방향은 오히려 더 사람답게, 더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것에 맞춰져야 한다. 그 중심에 『넘나듦 이음교육』이 있다.
한 울타리 안에서 서로 다른 배경과 연령, 문화를 지닌 이들이 《함께 자라는 배움》을 실천하는 이 시도가, 앞으로 통합교육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 본다. 필리핀이라는 해외 공간에서 시작된 이 작은 실천이 한국 교육 전반에 따뜻한 울림을 전하는 공감과 연대의 교육으로 확장되길 소망한다.
| 대상 | 배움의 내용 | 효과 및 변화 |
|---|---|---|
| 유치원생 | 형·누나와 함께하는 독서, 놀이, 자연 활동 | 사회성 발달, 긍정적 정서, 관계 감수성 |
| 중·고등학생 | 나눔과 돌봄 실천, 진로 체험, 책임감 경험 | 자아 성찰, 공동체 의식, 진로 탐색 |
| 교사 및 공동체 |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활동 기획 및 운영 | 관계 중심 교육 실행력 강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