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교육기관포털 온라인소식지 Vol.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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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교 학생 이야기

칼럼·에세이
필리핀의 과거를 걷고, 현재를 마주하며, 미래를 묻다
: 박물관 및 지프니 제작 현장 답사

전지수 필리핀한국국제학교 학생
글로내컬 리포터 4기

학교 자율동아리 Save the Earth 활동으로 나는 National Museum of Natural History와 지프니 제작 현장을 답사했다. 처음에는 이 두 곳이 전혀 다른 주제를 가진 것처럼 보였다. 하나는 필리핀의 생태와 자연을 담아낸 박물관이고, 다른 하나는 소음과 활기가 가득한 교통수단 제작 현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접 걸어본 그 하루는 나에게 분명한 연결점을 보여주었다. 자연과 사람이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함께 이어져 있다는 사실이었다.

National Museum of Natural History : 과거와 생명의 기록

박물관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거대한 홀을 채운 표본들과 전시물에 압도되었다. 높이 솟은 나무 모형과 다양한 동물들의 모습은 마치 필리핀의 숲속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생생했다. 울창한 열대림, 끝없이 이어지는 바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생물들은 이 나라가 지닌 자연의 풍요로움과 다양성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의 전시 앞에 섰을 때, 단순히 진열된 표본이 아니라 사라져가는 생명의 외침이 내 눈앞에 있는 듯했다. 한때는 숲과 바다를 자유롭게 누볐을 생명들이 지금은 유리관 속에 갇혀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 그 순간 나는 ‘자연을 지킨다는 것은 단순히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곧 우리의 삶을 지키는 일’이라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전시관을 따라 걷다 보니, 과거의 기록물들이 단순히 박제된 역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과거에 이런 생물이 있었다’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책임과 경고를 말하고 있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환경 파괴가 결국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그 결과가 누구의 삶을 위협할지를 묻고 있었다.

박물관의 전시물은 결국 한 가지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자연은 인간의 소유물이 아니라 함께 지켜야 할 유산이라는 것이다. 나는 전시관을 나오며, 이곳이 단순히 과거를 보존하는 장소가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깊은 질문을 던지는 살아 있는 교실이라는 생각을 했다.

Jeepney 제작 현장: 현재를 달리는 바퀴

답사의 다음 여정은 지프니 제작 현장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쇠를 두드리는 쨍한 소리, 기계가 돌아가는 소음, 알록달록한 색이 입혀지는 차체, 그리고 장인들의 바쁜 손길. 그 공간은 고요한 박물관과 달리, 생동감과 활기로 가득 차 있었다.

지프니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었다. 전쟁이 남긴 군용차에서 시작해, 이제는 수많은 사람들의 출퇴근을 책임지는 생활의 중심이자 공동체의 상징이 되었다. 하지만 그 화려함 뒤에는 배출가스와 교통 혼잡이라는 환경적 문제가 존재했다. Save the Earth 동아리의 일원으로서, 나는 그 문제를 외면할 수 없었다. 지프니는 필리핀 사람들의 삶을 이어주는 동시에,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 또한 드러내고 있었던 것이다.

두 길의 만남, 그리고 미래의 물음

National Museum of Natural History에서 나는 자연을 지켜야 할 책임을 느꼈고, 지프니 제작 현장에서는 현실적인 과제를 마주했다. 전혀 다른 두 장소였지만, 그 속에서 만난 메시지는 결국 하나로 이어졌다. 과거의 기록과 현재의 삶은 서로 다른 듯 보였으나, 모두가 나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질문은 단순한 의문이 아니라, 앞으로의 삶에서 내가 끊임없이 붙잡아야 할 과제가 되었다.

답사의 의미: 오늘을 비추는 거울

짧은 하루였지만, 이번 답사는 내 생각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자연사 박물관은 사라져가는 생명의 기록을 통해 환경을 지켜야 할 책임을 보여주었고, 지프니 제작 현장은 화려한 색채 뒤에 숨은 대기 오염과 교통 문제라는 현실적 과제를 드러냈다. 나는 과거의 자연을 보고, 현재의 삶을 마주하며, 그 둘이 동시에 나를 미래로 이끌고 있음을 느꼈다.

역사는 단순히 과거에 박제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오늘을 비추는 거울이었고, 동시에 내일을 열어주는 길잡이였다. 박물관의 전시물들은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을 기억하게 했고, 지프니 공장의 소음은 우리가 지금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크게 외치고 있었다. 그 사이에서 나는 한 학생이자 환경 동아리의 일원으로서 내가 어떤 작은 실천을 이어가야 할지 스스로 묻게 되었다.

이번 답사는 단순한 견학이 아니라, 나를 흔드는 경험이었다. 과거의 기록이 현재와 이어지고, 현재의 과제가 미래로 이어지는 길 위에 서 있으면서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지속 가능한 미래는 거창한 계획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내리는 작은 선택 속에서 싹튼다는 것을. 그리고 그 깨달음은 내 안에 오래 남아, 앞으로 내가 살아가는 모든 순간을 이끌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