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하 대련주말한글학교 한국어 강사
지난 2025년 11월 22일 토요일, 대련한국국제학교에서 열린 제7회 대련 한국 음식과 김치 나눔 축제에 대련주말한글학교 학생들과 함께 참여했다. 매주 토요일마다 한글학교에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우고 있는 아이들에게 이번 행사는 단순한 외부 활동이 아니라, 교실에서 쌓아온 배움을 실제로 확인하고 체험해 보는 살아 있는 수업이 되었다.
축제장으로 향하는 길, 아이들은 하나같이 “김치를 처음 만들어 본다”, “내가 만든 김치는 어떤 맛일까?”라며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현장에 도착해 김치의 역사와 발효 과정, 지역별 김치의 특징을 설명하는 안내 영상을 보며 아이들의 표정은 어느새 진지하게 바뀌었다. 김치가 한국인 식탁의 기본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 속에 수백 년의 지혜와 공동체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생각은 아이들에게 새로운 관점이었던 것 같다.
김치 만들기 체험이 시작되자, 학생들은 작은 손으로 배추에 양념을 바르며 무척 신중하고 세심하게 움직였다. “엄마가 늘 힘들게 만든 이유를 알겠어요”, “김치 한 포기에도 마음이 들어가는 거네요”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교사로서 그 말들이 무척 반가웠다. 교과서와 영상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배움이 현장에서 스스로 깨달아지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체험 부스를 돌며 다양한 한국 음식을 맛보는 활동도 이어졌다. 아이들은 떡, 불고기, 잡채 등 익숙한 음식들을 먹으면서도 한식의 영양적 가치, 발효식품의 건강함, 세계 속 K-푸드의 성장 등에 대해 설명을 들으며 한식이 단순히 ‘먹는 음식’이 아니라 ‘문화의 정체성’임을 느끼는 모습이었다. 특히 한 학생이 “한국에서 먹던 음식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도 사랑받는다니 괜히 내가 뿌듯하다”라고 말했을 때, 재외동포 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캠퍼스 한편에 마련된 김치·한식 문화 전시 공간은 아이들의 시선을 오래 붙잡았다. 한국어 문헌으로 기록된 김치 이야기, 시대별 저장 방식, 세계 각국에 퍼진 한국 음식의 흐름 등을 살피며, 음식 하나가 역사·언어·사회·세계화를 연결하는 문화의 창이라는 사실을 배워갔다. “김치 하나에 한국이 다 들어 있는 것 같아요”라는 아이의 표현이 오래 머릿속에 남는다.
이번 축제를 통해 학생들이 얻은 가장 큰 배움은 바로 ‘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이었다. 한글학교의 교육 목표는 단순히 언어 지식을 늘리는 것에 머무르지 않는다. 아이들이 자신이 누구이며 어떤 뿌리를 가진 사람인지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스스로 자랑스러워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교육이 존재하는 이유다. 11월 22일 축제 현장에서 아이들이 보여준 모습은 그 목표가 결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속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시간이었다.
행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몇몇 아이들이 “내년에도 또 오면 좋겠다”, “친구들에게도 김치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 말은 단순한 소감이 아니라 이미 마음속에 자리 잡은 문화적 정체성의 고백이 아닐까. 김장의 붉은 빛보다 더 선명하게, 김치의 매운맛보다 더 깊게 학생들의 마음에 남았을 경험이 앞으로 한글학교 수업 속 배움을 더욱 단단하게 지탱해 줄 것이라 믿는다.
대련주말한글학교는 앞으로도 지역 한국 교육·문화 공동체와 따뜻한 협력을 이어가며, 아이들이 세계 어디에 있든 한국인으로서의 뿌리를 잃지 않도록 다양한 체험과 배움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