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연 프놈펜한국국제학교 교사
올해 프놈펜한국국제학교는 ‘캄보디아’라는 지역성을 반영한 환경교육을 실천하였다. 우리 학교는 ‘다모임’이라는 이름으로 전교생이 모여 학생 자치를 실천하고 있으며, 이번 프로젝트도 이 다모임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학생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캄보디아의 환경 문제를 알아보고, 해결 방안을 탐구하고 실천하는 긴 여정을 함께 경험하였다.
0. 수업 전 고민과 수업 설계
캄보디아는 음식물과 플라스틱, 건전지까지 한 쓰레기통에 버리는 나라다. 일회용품 사용률도 매우 높고, 환경 관련 각종 규제가 미비하여 청결도도, 대기 오염이나 수질도 잘 관리되는 수준은 아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환경교육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이곳에서 분리배출을 한다고 한들 결국 다시 한 데 섞여 버려질 텐데, 어떤 방향의 환경교육을 할 수 있을까? 다양한 고민이 있었다.
그럼에도 잘 찾아보면 프놈펜 곳곳에는 드물게 제로웨이스트(Zero Waste)를 실천하는 곳이나 리필샵, 비건 음식점, 폐기물을 수거하는 상점 등 환경을 생각하는 공간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그 중 우연히 선생님들과 방문했던 ‘피자 포피스(Pizza 4P’s)’라는 식당은 기업 운영 전반에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며, 소비자를 대상으로 환경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었다. 플라스틱 재활용 예술품 전시, 쓰레기 수거 및 재활용 프로그램, 학생이 둘러볼 수 있는 재활용 센터까지 갖추고 있어 지역 사회 환경교육으로 좋은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현지인과 현지에서 오래 생활한 선생님께 여쭤보았을 때, 캄보디아에도 분리수거 정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만큼 체계적인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았을 뿐, 캄보디아 환경부는 분리수거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캄보디아의 환경 정책은 없는 것이 아니라, 발전하는 과정에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의미가 있다!
이 지역 자원을 활용하여 진로교육, 환경교육 등을 연결해 보기로 하였다. 피자 포피스에서 즐겁게 피자도 만들어 먹고, 제로웨이스트와 분리배출 및 재활용이 무엇인지 배우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후속으로 학교로 돌아온 아이들이 현장체험학습을 통해 배운 것을 실천으로 잇도록 하였다. 교육과정과 연결하여 학생들이 학교에 환경 관련 행동 변화를 제안하면, 그에 맞추어 학교 차원에서 움직여보기로 수업의 흐름을 계획해 보았다.
1. 지역 자원을 활용한 체험학습
먼저 피자 포피스에서 현장체험학습을 진행하였다. 제로웨이스트와 5R 개념을 접하고, 플라스틱 쓰레기, 코코넛 껍질 등을 재활용하여 디자인된 건물과 인테리어를 둘러보았다. 식당에서 어떻게 쓰레기를 줄이고자 노력하는지, 그럼에도 발생하는 쓰레기를 모아 어떻게 재활용하여 사용하는지도 배웠다. 다 쓴 유리병을 재활용하여 컵으로 만든 것, 플라스틱 쓰레기를 녹여 만든 컵받침 등을 직접 만져보고 사용해 보았다. 물론, 즐겁게 피자도 직접 만들어 먹었다. 캄보디아에서 자라며 분리배출조차 경험해 보지 못한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이 되었을 것이다.
2. 캄보디아의 환경 문제를 알아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실천하기
학교에 돌아온 뒤, 다모임 시간에 캄보디아의 환경 문제를 돌아보고 실천해 보는 수업을 진행하였다. 수도 프놈펜에서 불과 30분 떨어진 곳에는 당까오(Dangkor)라는 쓰레기 마을이 있다. 이 마을의 모습과 상황을 보며 쓰레기 문제가 결코 멀리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나누었다. 또한 캄보디아의 환경부는 분리수거를 추진하고 있으며, 잘 실천되고 있지 않는 것이 문제임을 배웠다. 아이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캄보디아에 분리수거 정책이 없을 것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이 시간에 환경부에서 분리수거를 추진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면서 많이 놀라기도 했다.
배우고 느낀 만큼 학교에서부터 실천하기로 했다. 먼저 캄보디아 환경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분리수거 품목을 알아보고, 비닐과 플라스틱을 교내에서 수거할 수 있는 수거함을 제작하여 교내에 설치하였다. 비닐과 플라스틱이 캄보디아에서 수거하는 물품 중 학교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쓰레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직접 분리수거함을 만들고 한국어, 영어, 크메르어로 분리수거 안내 팻말을 제작하여 설치하였다.
이렇게 아이들이 만든 수거함에 모은 수거 물품들은 모임장들이 12월에 피자 포피스의 수거 프로그램에 가져다줄 예정이다. 쓰레기가 버려지지 않고 재활용되도록 하는 과정에 아이들이 직접 참여하도록 하여, 지구 환경에 기여했다는 기쁨을 안겨주려는 목적이다.
3. 프놈펜한국국제학교는 분리배출을 실천하는 학교입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의 실천을 학교 전체에 확장할 수 있도록 하였다. 6학년 아이들은 국어 교과와 연계하여 '학교 차원에서 분리배출을 실천하자'는 주장을 담은 글을 작성하였다. 아이들이 직접 찾은 근거와 뒷받침 자료를 붙여 정성 들여 쓴 편지를 교장 선생님과 행정실장님께 전달하였다. 행정실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분리수거에 알맞은 쓰레기통을 고르도록 배려해 주었다. 각 반 담임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분리배출을 잘 실천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살폈다. 아이들의 목소리에서 출발하여 학교에서 공식적으로 분리배출을 실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자신들의 제안이 실현되자, 아이들은 “너무 뿌듯해요.”라고 이야기하며 분리배출에 더욱 열심히 참여하였다.
캄보디아의 현실적인 한계 속에서도 우리 학교는 ‘작지만 지속 가능한 변화’가 가능하다는 믿음으로,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하고 환경 행동을 실천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캄보디아 프놈펜의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마음을 다해 노력하는 경험을 하였다. 비단 환경교육 측면뿐만이 아니라 내가 두 발 붙이고 있는 이 땅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또한 자신의 제안이 실제 학교 정책과 공간 변화로 이어지는 과정을 지켜보며, 배움이 삶과 연결된다는 교육의 본질을 깊이 경험하였다. 이를 통해 내 삶과 주변을 세심하게 살피고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는 태도를 갖기를 기대해 본다. 아이들의 배움과 실천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함께 환경 보호와 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우리 학교 교육 가족들에게도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