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교육기관포털 온라인소식지 Vol.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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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교 교원 이야기

칼럼·에세이
얼을 담아 흐르는 소리, 한글
— 중국 무석한국학교에서 한글날 맞아 다채로운 행사 개최

황형경 무석한국학교 교사

중국 무석한국학교가 올해 한글날을 맞아 학교 전체를 들썩이게 했다. 오후 학교 강당과 교실은 작은 축제마당처럼 변했고, 학생들은 중국에서 맞는 한글날을 더욱 특별한 마음으로 즐겼다.

가장 먼저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은 것은 복도에 전시된 한글 홍보 포스터였다. 학생들이 미리 제작해 온 작품들은 독창적이면서도 개성 넘치는 문구와 그림으로 가득했다. 작품 앞에서는 “와, 이 아이디어 진짜 신박하다!”, “이 언니 그림 정말 잘 그렸다!”와 같은 감탄과 칭찬이 끊이지 않았다.

중학생들이 참여한 ‘한글 타이포그래피’ 시간에는 한글 자음과 모음이 학생들의 손에서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자신의 손·발 모양 안에 예쁜 우리말, 친구의 이름, 문구 등을 채우며 학급 친구들끼리 의견을 나누고 협업하는 모습을 통해 각자만의 개성이 담긴 작품들이 완성되었다.

그 시각 고등학생들은 중강당에서 열린 ‘한글날 골든벨’ 대회에 참여하고 있었다. 문제 하나가 스크린에 뜰 때마다 분위기는 급상승했고, 정답을 맞히면 환호가, 틀리면 탄식이 쏟아졌다. 반응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며 중강당은 어느새 예능 프로그램 촬영장을 연상케 했다. 결승전에서는 숨소리조차 아까울 만큼의 긴장감이 감돌았고, 최종 승자는 곤룡포를 입고 시상식에 올라 훈민정음 창제의 뜻을 기렸다.

한편 대강당에서는 전교생과 교직원이 함께 참여한 ‘한글 바디 페인팅’과 ‘한글날 현수막 제작’이 동시에 진행되었는데, 이곳은 말 그대로 ‘만인의 작업실’이었다.
“선생님, 이 글자 의미가 뭔지 아세요?”
“어느 글자로 새길까요?”
“와, 너무 예쁘다! 전문가 같아!” 등의 대화가 이어졌고, 봉사 도우미 학생들은 친구들의 얼굴과 팔을 꾸며주며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 시간만큼은 한글이 단순한 글자가 아니라 ‘예술 재료’ 그 자체였다.

행사의 절정은 전교생과 교직원이 한마음으로 완성한 ‘한글날 현수막 제작’이었다. 11학년 미술학도를 꿈꾸는 학생이 직접 디자인한 대형 현수막은 공동체의 에너지를 그대로 담아냈다. 완성된 현수막이 학교 중앙 현관에 걸리는 순간 학생들 사이에서는 작은 환호가 터졌고, “저 글자 속에 내 손바닥이 있어!” 라며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장면은 행사가 학생들에게 얼마나 의미 있고 즐거웠는지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무석한국학교의 이번 한글날 행사는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더욱 확고하게 자리 잡게 하며, 다양하고 즐거운 활동을 통해 한글의 아름다움과 위대함을 자연스럽게 체감하는 살아 있는 교육의 현장이었다. 중국 무석에서 울려 퍼진 한글의 생동감은 학생들과 교직원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