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교육기관포털 온라인소식지 Vol.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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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교 교원 이야기

칼럼·에세이
하노이의 ‘뜨뜨(từ từ, 천천히)함’ 속에서 발견한 ‘뜨뜻한’ 성장

유한비 하노이한국국제학교 교사

하노이에서 보낸 다섯 해는 교사로서의 나의 시선을 완전히 새로 만들었다. 한국에서라면 학교는 아이들의 하루 중 일부를 담당한다. 하지만 이곳 하노이에서는 학교가 아이들의 세상 대부분을 품는다. 학원도, 다양한 체험 활동도 상대적으로 한국에 비해 적은 환경에서, 아이들은 학교가 제공하는 모든 것에 의지한다. 교과 수업은 물론이고 방과후 활동, 다양한 체험 활동과 교류 행사, 송편 만들기나 한글날 행사와 같은 문화 활동까지도, 재외학교는 아이들의 일상 곳곳을 가득 채운다. 그래서 재외학교의 교사는 아이들의 성장과 경험을 함께 설계하는 존재가 된다. 그 무게는 크지만 보람은 그보다 더 크다.

하노이는 한국과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리듬으로 움직인다. 그중에서도 가장 뚜렷하게 차이가 느껴지는 건 ‘뜨뜨(từ từ)’라고 불리는 ‘천천히’의 문화다.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 속에서 길들어져 왔기에, 이곳에서의 ‘뜨뜨(từ từ)한 생활이 처음에는 꽤 답답했다. 일 처리가 늦어질 때면, “Từ từ nhé(천천히 해요)”라고 말하곤 한다. 서두르지 말고 여유를 가지라고 말이다. 1년의 대부분이 무더운 날씨인 이곳 특유의 기후 속에서, 무리하게 빨리 처리하다 보면 실수가 생기니, 차라리 신중하게 시간을 들이는 게 낫다는 지혜가 담겨 있다고 한다.

이 문화는 내 교사 생활에도 적잖은 균열을 냈다. 한국에서 지녔던 ‘빨리빨리’의 습관, 정해진 시간 안에 빠르게 최대치를 끌어내려는 급한 마음은 자주 벽에 부딪혔다. 하지만 그 벽에 기대어 숨을 고르는 사이, 그동안 스스로에게도 허락하지 않았던 여유를 발견했다.

‘뜨뜨(từ từ)함’ 속에서 아이들과의 생활도 이전 한국에서와는 조금씩 달라졌다. 교육 활동부터 다양한 체험 활동까지, 이곳 아이들의 일상의 전부인 재외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뜨뜨(từ từ)’하게, 서두르지 않을 때, 스스로를 돌아볼 여유를 가지며, 아이들이 하는 말과 표정을 한 번 더 살펴보기도 하였다. 그렇게 나는 이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쳤지만, 동시에 나도 이곳에서, ‘천천히도 꽤나 괜찮다’는 것을 배웠다.

재외 교육 현장은 한국 교육과는 또 다른 책임과 가능성을 품고 있다. 하노이에서 보낸 5년은 교사로서 나를 더 탄탄하게 만들었고, ‘뜨뜨(từ từ)’한 속도 속에서도 깊게 스며드는 성장의 순간을 경험하게 했다. 그리고 이제는 안다. 천천히 가도 결국 도착한다는 말이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이곳에서의 ‘뜨뜨(từ từ)’한 시간은 더 뜨뜻한(?) 교사로서 성장할 수 있는 여유를 선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