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교육기관포털 온라인소식지 Vol.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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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교 이야기 교원 이야기

칼럼·에세이
우리가 함께 키워가는 자부심

신혜원 호치민시한국국제학교 교사

새 학기를 앞둔 설렘과 두려움의 겨울방학 끝자락, ‘이번 학기엔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하는 고민에 빠졌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호치민시한국국제학교에 처음 출근하던 날에 이르렀다. 시무식을 하며 이사장님께서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선생님들을 뽑는 서울 면접장에서 면접관께서 그러시더군요. 한국의 한 학교에 한 분 있을까 말까 한 훌륭한 선생님들이 여기에 다 모여 있다고요. 선생님들 한 분 한 분 모두 대단하신 분들입니다. 자부심을 갖고 교육에 힘써 주세요.” 그 말씀을 들으며 가슴 한켠이 따뜻해짐을 느꼈다. 동시에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이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자부심’이라는 단어가 마음속에 남았다. 모두가 알고 있는 이 세 글자가 왜 갑자기 나의 마음을 두드린 걸까? 자부심은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이는 ‘나는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더 나은 나를 향해 나아가게 하는 내면의 힘이다. 자부심을 가진 아이는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결국 자부심은 성장 지향적 태도를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래서 나는 이 마음을 가르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나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자부심을 가르칠 수 있을까? 나는 우선 교실을 심리적 안전 영역으로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실수하거나 틀리더라도 비난받지 않는 분위기는 아이들을 포근하게 안아준다. 더불어 새로운 생각이나 낯선 행동도 유쾌하게 받아들이는 유연함도 중요하다. 이런 환경이 일상이 된다면 아이들은 자연스레 마음을 열고 자신을 표현할 것이다.

‘나를 어떻게 볼까’하는 두려움 대신 자신의 생각과 마음이 존중받는 경험은 큰 힘이 된다. 누군가가 자신을 진심으로 인정해 준다는 느낌은 아이들을 더 큰 도전으로 이끈다. 새로운 시도와 도전에 대한 칭찬과 격려가 가득한 교실에서 아이들의 자부심은 자라난다. 자부심은 결국, 자신을 믿는 마음에서 피어난다. 그리고 그 믿음은 삶의 방향까지 바꾼다.

사람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가 믿는 대로 성장한다. 심리적 안전 영역에서 정서적 지지를 받으며 성장한 아이들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믿음을 바탕으로 금방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가능성을 찾으며,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갖게 된다. 지금보다 더 나은 자신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으로 성장한다. 자부심은 삶을 대하는 태도 자체를 바꾸는 힘의 근원이다. 언젠가 우리 아이들에게 세상살이가 부치는 날이 오더라도, 그들을 다시 일으켜 줄 힘이 되리라 믿어본다.

이번 학기, 나는 고3 아이들과 함께 미디어 수업을 하고 있다. 뉴스와 인포데믹(infodemic)에 대해 공부하며, 아이들은 팀을 이루어 직접 뉴스를 제작해 보고 싶어 했다. 하지만 대학 입시 일정 때문에 현실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이번 학기엔 어렵겠다는 말을 전할 수밖에 없었다.

뉴스 제작을 기대하며 미디어 수업을 선택했던 아이들은 잠시 실망한 기색을 보였지만, 이내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괜찮아요, 저흰 선생님이 미디어 수업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좋아요.” 그 말에 내 심장 한가운데에 온기가 스며들었다. 이 아이들 덕분에, 나 또한 심리적 안전 영역 안에서 자부심을 키워가고 있음을 새삼 깨달았다. 과연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 걸까. 교육은 일방향이 아니라 서로를 비추는 과정임을 다시금 느꼈다.

호치민에는 일 년 내내 형형색색의 예쁜 꽃이 핀다. 우리 학교에는 꽃보다 더 다채롭고 향기로운 아이들이 찬란하게 피어나 웃고 있다. 오늘도 나는 이 아이들이 나누어 주는 사랑 안에서 자부심 있는 교사로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