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교육기관포털 온라인소식지 Vol.11

본문 바로가기

한국학교 이야기 교원 이야기

칼럼·에세이
그림책과 함께하는
나의 프놈펜 생활

구양주 프놈펜한국국제학교 교장

프놈펜한국국제학교에 부임해 온 지 100일이 되는 날이다. 부임 동기 선생님들과 축하라도 해야 하는데…. 나의 무심함이란?

한 명의 선생님을 제외하고는 교장인 나를 포함하여 모든 선생님이 새롭게 프놈펜 생활을 시작하게 되어, 마치 개교학교를 맡은 기분이었다. 여기 오기 전 나의 상상과 실제는 너무나 달랐다. 생각보다 캄보디아는 더 가난했고 외국인이어서 그들의 가난이 나에게 영향력이 없을 거로 생각했는데 현실은 달랐다. 출퇴근 시 보여지는 그들의 모습이 아련하기도 하고, 위생 문제에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가기도 하였다. 그러나 20여 년 전 근무했던 싱가포르한국학교와 너무나 닮은 모습에 시간여행을 하는 것 같아 내가 젊었던 열정을 다시 찾았다고나 할까? 한국 부모들의 영어에 대한 동경의 마음은 20여 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 마음이 모든 다른 중요한 것을 다 덮어버리는 느낌이랄까?

이러한 한국 부모의 마음은 해외에서 한국학교의 자리매김에 항상 어려움, 장애물로 다가왔다. 이러한 상황에 교장으로서 해야 할 일을 찾기로 했다.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일로….

아이들과의 만남에 그림책으로 함께했던 지난 경험을 바탕으로 다가가기로 했다. 그림책은 어른, 아이 모두에게 행복감을 주는 소재이니까!

3월과 4월에는 <빨간 벽>이라는 그림책으로 아이들과 함께하였다. 실제로는 없지만 우리 마음으로 만들어낸 두려움이라는 빨간 벽을 우리가 어떻게 없애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었다. 우리 아이들이 두려움을 설렘으로 받아들여 더 넓은 세상으로 훨훨 날아갈 수 있기를 기대하며….

4월 30일에 실시한 중등 학생들과의 <우리 셋> 함께 읽기 성교육 활동은 생명 탄생의 신비로움과 경이로움을 통해 나의 소중함과 나만큼 다른 이도 소중함을 깨달아 서로 배려하고 포용하는 삶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였다.

5월에는 매주 화요일마다 도서실에서 그림책으로 자녀 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학부모와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해외 생활에 상처받은 엄마들, 한국과 다른 환경으로 자녀 교육에 고민하는 엄마들과 그림책으로 치유하며, 아이를 이해하고, 마음을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자존감, 공감 능력, 배려와 포용, 창의력 배양을 주제로 네 번에 걸쳐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다.

회차 날짜 주제 관련 도서
1회 5월 6일(화) 자존감 내가 예쁘다고, 나는 까마귀
2회 5월 13일(화) 공감 능력 별을 사랑한 두더지, 어느 날 불쑥
3회 5월 20일(화) 배려와 포용 초코가루를 사러 가는 길에, 할머니의 식탁
4회 5월 27일(화) 창의력 아름다운 실수, 빨간 꽃을 찾은 너에게

교육 주체 중 하나인 학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을 가진 것은 학부모에게 학교의 교육 비전을 알려주어 학교가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림과 짧은 글의 그림책을 통한 접근은 삶의 지혜를 배우고, 함께함으로써 따스함을 함께 느끼게 된다. 어려운 말로 우리 학교의 경영관, 비전을 말하기보다는 그림책 함께 읽기를 통하여 교육목표에 엄마들이 함께 공감하고, 학교를 신뢰하였으면 하는 나의 작은 바람에서 시작되었다.

<나는 까마귀> 이야기처럼 단순한 검정색이 아닌 애정 어린 눈으로 보았을 때 오묘한 색으로 빛나는 ‘긍정적인 나’, ‘가치 있는 나’로 우리 아이들이 자신을 인식하기를 바란다. <어느 날 불쑥>의 숨이와 넘이처럼 서로 다름을 인정하며 성장하기를 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혼자 가기보다는 서로 보듬어 주고 안아주며 초코 차를 마실 수 있는 따스한 곰처럼 우리 아이들이 따뜻한 가슴을 가진 어른으로 자라기를 기대한다. 작은 실수와 실패에 포기하지 않고 자신만의 빨간 꽃을 찾는 어린 양이 되기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엄마들과 함께 <빨간 꽃을 찾은 너에게> 그림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음 약한 엄마들은 눈시울을 적시기도 하면서, 우리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나만 아픈 것이 아닌 것을, 함께여서 행복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으리라 믿는다.

국내와 달리 교사 활동 외에는 교육 활동에 대한 지원이 전무한 학교생활에서 프놈펜에 갓 도착한 우리 선생님들은 지쳐갈 수 있을 것이다. 파견이나 초빙을 지원하고 상상했던 생활과 너무 다름에 실망과 어려움이 우리 선생님들을 지치게 할 때 나는 무엇을 도와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의 교장과는 다른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코가루를 사러 가는 길에> 그림책의 안아주기 좋아하는 곰처럼, 비록 내가 목표하는 초코가루를 살 수 없더라도 힘들어하는 선생님들을 안아주고 위로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친구와의 다툼, 갈등 등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의 인성교육 부분에 도움을 주기로 하였다. 나의 교장실에는 한국에서와 달리 책걸상 2개가 있다. 점심시간, 학교생활에 힘들어하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다.

교장실에 오는 아이들이 처음에는 두려움으로 오지만, 왜 교장선생님과 함께하는지? 학교가 너희가 어떤 어른으로 자라기를 바라는지? 등에 대하여 함께 이야기 나누다 보면 아이들도 한결 편안해진다. 이러한 노력이 선생님에게 도움이 되기를…. 아이들은 멋진 어른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캄보디아라는 열악한 환경의 결핍이 열정을 만들 것이다. 나도 그리할 것이다. 작지만 소박하게 시작된 그림책과 함께하는 프놈펜에서 나의 생활이 아이들과 함께 빛나기를 기대하며 프놈펜 생활 100일을 자축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