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덕 웨이하이한국학교 교사
재외한국학교에서의 교직 생활이 어느덧 15년이 되었습니다. 돌아보면 그 시간은 학생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성장해 온 시간들이었는데 자영업, 주재원, 현지 법인 근무자의 자녀로 한국과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학생들을 만나며, 저는 교사의 역할이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 정체성을 지켜주는 문화 전달자, 그리고 삶의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과학 교사로서의 제 첫 임무는 과학 개념과 원리를 가르치는 것일 겁니다. 그러나 15년의 세월을 통해 학생들이 단순히 ‘지식’을 아는 것보다 그 지식을 왜 배우는가, 어디에 쓰일 수 있는가를 아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왜 이 현상은 이렇게 일어날까?’, ‘이것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까?’와 같은 질문을 통해, 학생들이 단순 암기가 아니라 탐구하고 연결하는 힘을 기르도록 돕는 것이 진짜 과학 교육이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그 과정에서 발견한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는 바로 학습 방법에 대한 지도였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교사의 설명을 듣고 과제를 수행할 수는 있지만,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 탐구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에 대한 전략을 잘 알지 못합니다. 다시 말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DO)’는 알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HOW)’는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재외한국학교에서는 학부모에 의한 도움이 제한되거나 한국과 다른 교육 환경에서 혼란을 겪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학습 방법을 교사가 직접 지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재외학교의 특성상 소인수 학급이 일반적입니다. 학생 수가 적은 만큼 교실 내 인간관계가 그 어느 환경보다 밀접하고, 때로는 갈등이 장기화되거나 깊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저는 교과 지도 못지않게 학생들 간의 관계를 살피고 중재하는 일에 많은 시간을 쓰는데 점심을 먹고 나서 꼭 급식실을 한 번씩 둘러보며 학생들의 얼굴 표정이나 식사하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학업의 질은 물론, 학생의 정서적 안정과 자존감 유지에 친구 관계가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반복해서 경험하며, 좋은 학급 분위기를 만드는 것 자체가 교육이라는 소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재외한국학교 학생들은 언어적, 문화적 이중 정체성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렇기에 교사는 단순히 학문을 가르치는 사람을 넘어 한국인의 정체성과 문화를 전하는 교육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과학 수업에서도 한국의 과학자 이야기, 한국 과학 발전 사례 등을 일부러 연결하여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뿌리 의식을 자극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하게 내용의 전달을 넘어 학생이 자신을 긍정하고, 소속감을 느끼게 하는 정서적 기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15년의 교직 생활 동안, 저는 매해 교사로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지금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가?”, “내 수업은 학생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그 과정에서 얻은 결론은 명확합니다. 좋은 교사는 많이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많이 들어주는 사람이라는 것인데 학생들은 말하기보다 들어줄 어른을 필요로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사춘기 또는 감정적으로 예민한 시기의 청소년들은 조언보다 공감이 먼저이며 듣고 기다려줄 줄 아는 교사가, 결국 아이들에게 더 깊이 영향을 준다고 봅니다.
우리는 종종 ‘성공’을 대학 합격 여부로만 정의하려 하는데 저는 명문대에 몇 명을 보내느냐보다, 우리 사회에 얼마나 기여하는 사람을 길러냈느냐가 진짜 명문 학교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삶을 가치 있게 살 수 있는 인재, 자신이 가진 지식과 재능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을 키워내는 것이야 말로 교육의 본질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렇기에, 교사 스스로도 변화하고 성장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교육 철학을 재정립하고, 시대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줄 아는 교사가 되어야 하는데 특히 재외한국학교 교사들은 고립된 환경에서 수업을 혼자 준비하고 운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로 인한 업무 부담, 자료 부족, 정보 단절 문제는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에 저는 다음과 같은 제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1. 과목별 협의체 구성
재외한국학교 교사들이 교과별로 정기적으로 온라인 협의체를 구성하여, 수업자료, 평가 방안, 학생 지도 전략 등을 공유하자는 것인데 이는 교사의 업무 부담을 줄일 뿐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다양한 형태의 깊이 있는 교육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입니다.
2. ‘학습 방법’ 중심의 수업 설계
학생들에게 지식을 단순히 전달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공부하는 법, 탐구하는 방법, 사고하는 틀을 함께 가르치는 교육으로 전환되어야 할 것입니다.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은 대학 이후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역량일 것입니다.
3. ‘말하는 교사’에서 ‘듣는 교사’로의 변화
학생 개개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감정에 공감하는 교사가 되어야 합니다. 이는 교사로서의 전문성과 인격적 영향력을 동시에 키우는 길일 것입니다.
4. 문화·정체성 교육의 적극적 활용
과학, 수학, 예술 등 모든 교과에서 한국의 전통과 현대를 연결하는 요소를 살려, 학생들이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고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교육은 결코 혼자서는 할 수 없습니다. 교사 혼자 빛나는 수업을 한다고 해서 학생이 성장하는 것이 아님을 알고 협력과 공유, 공감과 성찰을 통한 진정한 배움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저는 오늘도 아이들의 모습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고, 질문을 함께 나누는 교사로 살아가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함께 성장하고 배우는 교사 공동체 안에서, 더 나은 교육을 위한 실천과 나눔이 계속되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