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교육기관포털 온라인소식지 Vol.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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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교 학생 이야기

기사
칭다오 지역사회의 숨겨진 보물, 경향도서관 이야기

홍건우 칭다오청운한국학교 학생
글로내컬 리포터 4기

칭다오에는 특별한 도서관이 하나 있다.

이 도서관은 누구든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언제든지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더 나아가, 작가 초빙, 문학 대회 개최, 문화 행사 등 다양한 활동이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곳, 바로 칭다오 경향도서관이다.

경향도서관은 ‘개방성’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으며 2018년 4월 4일 문을 연 도서관으로,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을 꿈꾸고 있었다.

오늘, 이 도서관의 설립자이자 관장인 박건희 관장님과 특별한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경향도서관은 어떻게 지역사회에서 교육과 문화 교류의 중심지로 자리 잡아 왔는지, 관장님은 이 공간을 어떻게 운영해 왔고, 앞으로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박 관장님의 진심 어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1. 시작과 철학

Q1: 이 도서관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칭다오는 잠시 스쳐 지나갈 도시였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이 도시에 ‘불시착’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한글학교를 먼저 운영하고 있었는데 학부모님이 책을 구하는 게 정말 어렵다고 하셨습니다. 책은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 정말 중요한 것인데, 그 상황이 저는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제가 “도서관을 하나 만들겠습니다”라고 말했고, 한국에서 책을 1,000권 기증받아서 시작한 것이 이 도서관의 첫걸음이었습니다.

Q2: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라는 운영 철학 아래 도서관을 운영 중이시라고 들었는데, 이 철학은 어떤 배경에서 탄생하게 되었나요?

A: 사실 도서관을 처음 설립할 때 두 가지 갈림길에 서 있었습니다. 유료로 운영할지, 무료로 운영할지 말이죠. 공동체의 성격상 저는 무료 운영을 선택하게 되었고, 무료 도서관이 갈 수 있는 마지막 형태가 공공 도서관이라 생각하며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라는 문구를 회칙 첫 번째에 넣었습니다. 게다가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기에, 무언가를 기대하거나 대가를 바라면 절대 무료 도서관을 지속할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2. 성장과 도전

Q3: 무료 개인 도서관을 운영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은데, 그 과정에서 관장님이 느끼기에 가장 큰 위기는 언제였나요? 그리고 그 위기 속에서 끝까지 지키고자 했던 가치는 무엇이었나요?

A: 도서관을 외부에서 보면 처음부터 계획대로 성장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저는 제 여가에 쓸 돈을 아껴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3년 정도를 운영했는데, 팬데믹이 시작되었고, 저는 1년 동안 한국에 갇혀 있으며 고정 비용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일을 하지 않는데 고정 비용은 계속 나가니 1년 만에 돌아왔을 땐 정말 누군가 도와주지 않으면 임대 갱신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죠. 그때 지키고자 한 가치는 ‘독립성’입니다. 학교에 들어갈 기회가 있었지만,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를 지키려면 독립 기관이어야만 했습니다. 이렇게 버티고 있을 때 갑자기 어떤 청년 한 명이 찾아와서 아무 조건 없이 도서관을 3년 동안 운영할 수 있는 비용을 기부하고 갔는데, 정말 하늘이 도운 것 같았습니다.

3. 미래와 비전

Q4: 앞으로 도서관을 공공도서관으로 발전시키는 게 목표라고 하셨는데,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현재 준비를 하고 계시나요?

A: 사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중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도서관법’이나 ‘대통령령’이 바뀌어야 하는 문제가 남았거든요. 민원을 꽤 오랫동안 넣고 있는 중이지만, 현행법상 도서관 등록증은 ‘지자체’에서만 발급이 가능한데, 영사관이나 대사관은 지자체는 아니기에 공공도서관을 위한 도서관 등록증 발급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대통령령인 작은 도서관 진흥법에는 해외에도 작은 도서관을 보급하고 행정적인 지원을 할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구체적인 시행방안은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저희는 이 두 법 사이를 파고드는 중이고요. 지금은 공회전처럼 도는 것 같지만, 재외동포 간담회 등 어떤 기회가 있으면 나선으로 파고들 것이라고 믿습니다. 선례가 없어서 안 되는 일이기 때문에 저희가 선례가 된다면 전 세계 모든 한인 도서관이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5: 앞으로 10년 뒤, 경향도서관이 칭다오 교민 사회에서 어떤 모습으로 자리 잡고 어떻게 기억되기를 바라시나요?

A: 10년 뒤에도 여전하길 바랍니다. 방학이 되면 어린이들이 방문해서 온종일 책을 읽다 가고, 고민이 많아 보이는 청소년들이 조용히 익명의 고민 노트 앞에 앉아 고민을 적고, 공허한 눈빛의 교민들이 도서관에 들어와 반짝이는 책을 만나 빛나는 눈빛으로 집에 돌아가는 걸 계속 보고 싶습니다. 세월의 풍화를 잘 견디면서 여전하되 성장을 멈추지 않는 것이 목표입니다.

Q6: 마지막으로, 경향도서관을 방문하는 방문객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책은 좋은 친구입니다. ChatGPT는 인터넷 환경에 따라 오류가 생길 수 있지만, 책은 그렇지 않잖아요. 도서관에서 좋은 책 친구를 만나 이방인의 땅에서 사는 피로와 공허함을 이겨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칭다오 경향도서관은 매년 한국 학생들 가운데 신진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칭다오 경향도서관 문학상’을 개최해 오고 있으며, 올해로 벌써 5회를 맞이했다. 특히 문학상 심사는 해마다 저명한 작가들이 맡아왔으며, 올해는 소설가 김금희 작가가 심사를 맡아 더욱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문학상 수상작은 책으로 출판되어 학생들의 문학적 관심을 북돋우고 있으며, 도서관은 학생들의 봉사 참여를 통해 친밀감을 키워가고 있다. 또한 다양한 문화·교육 활동을 펼치며 칭다오 지역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박 관장님은 언젠가 칭다오에서 세계적인 작가가 탄생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날이 오기를 꿈꾸며, 이러한 노력들이 그 꿈을 이루는 든든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 도서관에서 시작된 따뜻한 변화가, 언젠가 세계를 움직이는 이야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