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교육기관포털 온라인소식지 Vol.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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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교 이야기 학생 이야기

칼럼·에세이
베이징에서 시작된 역사 여행, 상해와 충칭에서 깊어진 마음

김율리 북경한국국제학교 학생
글로내컬 리포터 4기

2021년, 나는 처음으로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 오게 되었다. 자금성, 천안문 등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문화유산을 부모님과 함께 둘러보며 베이징의 모습을 익혀가던 중, 학교 역사 수업에서 이 도시가 단순한 중국의 수도가 아니라 우리나라 독립운동사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 도시임을 알게 되었다. 그해 초여름, 우리는 가족끼리 베이징 독립운동 유적지를 답사하게 되었다. 이육사 시인이 옥고를 치르다 순국한 옛 일본 영사관, 단재 신채호 선생이 연구하던 베이징대학교 도서관, 이회영 선생과 가족들이 머물렀던 후퉁 골목, 의열단과 조선청년독립단이 활동하던 장소들을 주소 하나만 의지한 채 어렵게 찾아다녔다. 역사책 속에만 있던 이름과 이야기들이 내 눈앞에 실제 공간으로 다가왔을 때의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춥고 배고팠을 그 시절, 이 낯선 땅에서 독립을 외치던 그들의 간절한 마음을 떠올리며 나는 한국인으로서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던 이유를 되새겼다.

2021년 당시 베이징과 중국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일상과 학교 교육이 크게 위축되어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일상은 서서히 회복되었고, 마침내 북경한국국제학교의 ‘테마학습’도 재개되었다.

북경한국국제학교는 중학교(8학년)에는 상해, 고등학교(10학년)에는 충칭을 테마학습지로 정해 독립운동의 현장을 직접 찾아가는 기회를 제공한다. 내가 살고 있는 베이징까지 포함하면 이 세 도시는 모두 우리나라의 항일 독립운동과 깊은 연관이 있다.

상해: 임시정부의 태동, 독립운동의 시작점

1919년 3·1운동 직후,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상해에서 수립되었다. 상해는 비교적 자유로운 국제도시였기에 독립운동가들이 망명해 조직적 활동을 펼치기에 적합한 장소였다. 이곳에서 임시정부는 헌법을 만들고, 외교 활동을 전개하며 조국의 독립을 위한 국제적 연대를 시도했다. 한인 애국지사들은 상해에서 조국의 미래를 설계했다.

충칭: 항전의 최전선, 광복을 준비한 마지막 터전

1930년대 중일전쟁과 상해사변 이후, 임시정부는 중국 내 여러 도시를 거쳐 1940년 충칭에 정착했다. 충칭은 임시정부의 마지막 본거지이자 정치·군사·외교 활동이 정점에 이른 공간이었다.

이곳에서 한국광복군이 창설되었고, 무장 항쟁과 정보전, 심리전이 본격화되었다. 특히 1945년에는 미국 OSS와 협력하여 국내 침투 작전을 준비했으며, 이는 한국 독립군이 연합군의 일원으로 참여한 역사적 기록으로 남았다. 동시에 임시정부는 건국강령을 통해 해방 후 국가 구상을 제시했고, 국제사회에 독립 의지를 알리기 위한 외교 활동도 활발히 이어갔다.

북경: 사상의 중심지, 결사의 요람

북경은 단순한 망명지가 아닌, 우리 독립운동 사상의 출발점이자 무장 투쟁의 기반이었다. 신채호 선생은 이곳에서 민족주의 사관을 정립하고《 조선상고사 》를 집필하며 의열단의 사상적 지도자로 활동했다.
의열단은 1919년 북경에서 결성되어 일제 주요 기관을 타격하는 무장 투쟁을 전개했고, 북경은 단원들의 본부이자 훈련장이었다. 이육사도 베이징대학에서 수학하며 항일운동에 참여했고, 그의 시 청포도는 조국 해방의 염원을 담은 작품이다.
이회영 선생은 전 재산을 바쳐 북경으로 망명해 신흥무관학교 등을 통해 독립군을 양성했다. 아울러 북경은 아나키즘 운동의 중심지로, 민중 중심의 자치와 자유를 외친 다양한 사상들이 태동한 곳이기도 했다.

베이징에서 시작된 나의 역사적 관심은 상해와 충칭 테마학습으로 이어졌고,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선열들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배움의 현장이 되었다. 상해의 화려한 디즈니랜드와 신천지, 충칭의 홍야동(洪崖洞)과 훠궈 같은 볼거리와 즐길 거리보다 더 소중한 경험은, 바로 우리 민족의 자주와 자유를 향한 뜨거운 마음을 직접 느낄 수 있었던 순간들이었다.

테마학습의 목적지였던 상해와 충칭은 모두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자리했던 역사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도시들이었다. 단순히 나 혼자 여행을 온 것이 아니라, 북경한국국제학교의 학생으로서 친구들과 함께 이곳을 방문했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은 시간이었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친구들과 함께 선열들의 숨결을 느끼고, 그 현장을 함께 걸으며 나눈 감정과 배움은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특별한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

나는 지금 중국 땅에서 살아가고 있고, 이곳은 과거 선열들이 피와 땀으로 독립을 위해 투쟁했던 현장이었다. 언젠가 그분들이 걸었을 거리 위를 오늘 내가 자유롭게 걷고 있다는 사실에 깊은 감동과 감사를 느낀다.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을 지켜내기 위해 낯선 이국땅에서 모든 것을 바친 그들의 희생 덕분에, 나는 당당한 한국인으로 이곳에서 살아가고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

중국의 도시들을 따라 이어진 이 테마학습은 단순한 수학여행이 아닌, 교과서를 넘어선 생생한 역사 수업이었고, 오늘을 살아가는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선열들에 대한 고마움과 자부심을 가슴 깊이 새겨준 소중한 여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