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교육기관포털 온라인소식지 Vol.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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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교 이야기 학부모 이야기

칼럼·에세이
낯선 땅에서 피워낸 배움과 성장의 시간
– 자카르타에서의 자녀 양육 이야기

장윤영 자카르타한국국제학교 학부모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무더운 날씨만큼이나 낯선 언어와 문화가 우리 가족을 처음 맞이했던 그날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짐을 풀고, 아이 손을 꼭 잡고 처음 학교에 함께 간 날, ‘우리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떠올랐다. 그러나 이곳에서의 시간은, 단순한 적응을 넘어 우리가 몰랐던 가족의 성장 가능성을 깨닫게 해주었다.

자녀가 다니고 있는 자카르타한국국제학교(JIKS)는 단순한 교육 기관이 아니었다. 낯선 환경에 놓인 아이에게는 든든한 피난처이자, 자신감을 심어주는 놀이터였다. 특히나 처음 적응 기간 동안 선생님들이 보내주신 손편지와 전화는 부모보다 더 따뜻했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아이의 표정은 이 학교가 우리 가족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말해주고 있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 중 하나는 아이가 참여했던 과학 체험전이었다. 평소 내성적인 성격이라 발표를 부담스러워하던 아이가 친구들과 함께 팀을 꾸려 스파게티 구조물 만들기에 도전했다. 실수도 많고 눈물도 흘렸지만, 마지막엔 환하게 웃으며 자신이 만든 구조물을 소개하는 모습을 보였다. “내가 만든 거야. 우리가 같이 만든 거야.”라는 그 말에, 낯선 땅이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

자카르타에서 자녀를 키우는 것은 단순히 해외에서 교육을 시키는 것을 넘어, 다문화 감수성과 자주성, 적응력을 키우는 일이라고 느낀다. 주변에는 다양한 국가에서 온 학생들과 부모들이 함께 살아가며, 자연스럽게 아이는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법을 익힌다. 현지 언어 수업인 바하사 인도네시아어 시간은 처음엔 의무처럼 느껴졌지만, 어느새 아이는 인도네시아 마트에서 직접 계산을 하며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또 한 가지 놓칠 수 없는 점은, 재외국민 학부모 사이의 교육 연대감이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졌지만, 모두가 ‘아이의 교육’을 중심에 둔 고민과 노력을 하고 있기에 나눌 수 있는 이야기들이 깊다. “언제 귀국 준비를 해야 할까?”, “한국 대입은 어떤 식으로 대비하지?” 같은 실질적인 고민도 공유하고, 때로는 한국에서보다 더 촘촘한 공동체가 형성된다.

물론 어려움도 있었다. 한국과는 다른 교육 시스템, 언어 장벽, 정보의 단절은 여전히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그런 도전 속에서 아이와 우리가 함께 고민하고 결정하는 방식은 우리 가족에게 진짜 ‘배움’이 무엇인지를 알려줬다.

자카르타는 여전히 낯선 것들로 가득한 도시다. 그러나 그 안에서 우리 가족은 더 단단해졌고, 아이는 조금 더 용감해졌다. 자카르타한국국제학교는 그 여정을 든든히 동행해 주는 친구였고, 이곳에서의 하루하루는 자녀 교육뿐 아니라 우리 삶의 방향까지도 다시 생각하게 만든 소중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