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교육기관포털 온라인소식지 Vol.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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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교 학부모 이야기

칼럼·에세이
중학생 준비하는 아들과 44살 준비하는 엄마

김미예 하노이한국국제학교 학부모

2,200명의 세계 최대 학생 수의
재외한국학교에서 최고의 학교로

내 주위 사람들은 이미 여러 번 들어 다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두 아이 학부모로서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나오는 이야기는 역시 큰아이 입학 시절이다. 베트남 하노이로 이사를 오면서 가장 먼저 알아본 하노이한국국제학교는 이미 포화상태로 한 반의 학생 수가 많다고 들었지만 다니고 있는 선배 어머니들의 만족도가 높아 나도 한인유치원을 거쳐 한국국제학교를 준비하고 있었다. 당연히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 입학 추첨 날 내가 뽑은 공에 숫자가 없었다. 맙소사! 불합격이었다. 입학도 하기 전부터 아이에게 불합격을 안겨준 것 같아 미안하고 속상했지만 더 큰 문제가 있었다. 대부분의 국제학교 입학원서 접수 기간이 이미 지난 뒤였고 우리는 중국에서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이는 영어와 베트남어를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한인회 소식지들 펼쳐 국제학교 연락처를 찾아 자리가 있는지 물어보고 상담을 하러 다녔다. 아이는 매일 다른 학교에 가서 놀이터와 교실을 구경했으니 신이 났지만 그 당시에 나는 퍽 난감했다. 그리고 학교 투어를 하러 가면 나처럼 떠도는 엄마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그런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 당시에 같은 처지로 동질감이 느껴져서 만나면 서로 다른 학교의 정보를 교환하고 힘내자고 말을 나눈 기억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200여 명이 지원해서 100여 명이 떨어졌으니 그 당시 하노이 한인사회에서는 큰 이슈가 되었다.

그래도 큰아이는 자리가 있는 학교에 입학해서 2학년까지 잘 다녔다. 부족한 영어와 베트남어는 집에서도 열심히 했고 담임선생님의 보충학습까지 받아 가며 열심히 쫓아갔다.

하노이한국국제학교의 편입을 두 번 정도 떨어졌을 때 학교에서 수영장을 없애고 그 자리에 교실을 만들어 그때 받지 못한 아이들을 우선적으로 받아주었다. 큰아이도 그때 편입할 수 있었다. 그때 큰아이가 이제 6학년이 되었다. 작은아이는 다행히 지원 학생 수와 입학 가능한 학생 수가 딱 맞아 쉽게 들어올 수 있었다. 우스갯소리로 지금 6학년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그때의 고마움을 알아서인지 순하고 사건사고 없는 학년으로 알려져 있다. 나 역시 재외동포로서 한국국제학교의 중요성을 느껴보았기 때문에 학교에서 봉사할 기회가 주어졌을 때 1년 동안 감사한 마음으로 봉사를 했다. 학교 봉사일을 하면서 베트남에서 한국식 급식과 한국 교육과정을 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새삼 느껴졌다. 2200여 명의 하노이한국국제학교는 현재 전 세계 한국국제학교 중에 학생 수가 가장 많은 곳이다. 하지만 학생 수가 많은 것이지 학교의 시설이나 규모가 큰 것은 아니라서 초등과 중고등은 점심시간에 운동장을 같이 사용할 수 없어 요일을 나눠서 사용하고 뒤뜰의 공간은 초등 저학년인 1학년과 2학년을 위해 분리해서 사용한다. 학교에서 큰아이 학년을 받기 위해 수영장을 없애고 선생님들의 휴식 공간을 포기했다고 들었을 때는 기존에 다니고 있는 친구들에게 미안하면서도 이제라도 편입할 수 있다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내가 몇 년 전 학부모였다면 교실을 만들기 위해 다른 교실을 없앤다고 한다면 과연 좋은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어렵게 편입하고 두 달 정도 학교에 다닌 후 바로 코로나가 심해져 Zoom 수업을 들어야 했다. 다들 처음 겪는 일에 불편한 일이 많았지만 우리 학년은 조용히 학교의 결정에 따랐다. 선생님의 말씀을 기다렸고 불만투성이인 아이의 허벅지를 찌르면서 자리에 앉혔다. 그래도 가끔씩은 기약 없는 코로나 격리로 숨이 막혀 왔다.

이제 아이도 초등 6학년이 되었고 작은아이는 3학년이 되었다. 베트남 사회에 살면서 한글 책을 읽고 인문 고전 대회에도 나갈 수 있으며 한글날 행사도 매년 할 수 있게 되었다. 책보다는 영상에 빠지기 쉬운 요즘 시대에 학교에서 필독으로 정해주는 도서와 독서기록장이 없었으면 한글 책을 읽을 기회가 많이 줄었을 것이다. 재외동포 학생들을 위한 행사는 학교에서 미리 알려주어서 참여하게 된 것도 있다. 작년에 큰아이는 백범 김구재단에서 주최한 ‘아시아 백범김구독후감대회’에 참여하여 필리핀에 다녀올 기회를 얻었다. 그곳에서 여러 아시아 한국학교 학생과 학부모님들을 뵐 수 있었는데 하노이한국국제학교를 무척 부러워하셨다. 학교 도서관은 신간 도서도 많아 한국에 한 번 다녀오는 나보다 더 빨리 신간 책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도서관 앞에는 독도기념 전시물이 있는데 매번 무심한 듯 지나가면서도 어느 날은 방학 때 독도에 갈 수 있는지 묻는 걸 보면 학교생활을 온전히 누리고 있는 것 같다.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엄마 때문인지 큰아이는 6학년 때부터 신문부에 들어갔다. 학교 행사와 담당 선생님을 찾아 인터뷰를 하는 것을 보면서 이 정도면 잘 자라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한해 한해가 지날수록 다문화가정의 학생 수가 늘어나고 있다. 하노이한국국제학교도 세 종류의 학생으로 나눌 수 있다. 하노이에서 사는 한국가정 학생은 학교 교육을 개인차는 있지만 무난히 따라간다. 다문화가정의 학생들은 베트남어 실력이 뛰어나고 저학년 때에는 한글의 보충수업을 받기도 하지만 학년이 높아질수록 학업적으로 잘하는 친구들이 많아진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바로 온 학생들이다. 이런 경우 베트남어 보충을 받아야 반에서 하는 베트남어 수업을 따라갈 수 있다. 하지만 방과후 프로그램이 잘 되어있고 학교에서 보충이 필요한 학생들을 무료로 지도해주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학원 때문에 방과후 수업을 못해 아쉽다고 하는 학부모님들은 있지만 방과후 수업에 불만을 표시하는 학부모는 못 본 것 같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재외한국학교에 아이를 보내면서 걱정하는 부분은 아이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여러 친구들과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면서 학습적으로도 뒤처지지 않는 것이다. 한국에 다녀올 때마다 한국 학습지를 사 오면서 이걸 다 풀릴 수 있을까 고민하지만 결국은 아이와 한바탕 전쟁을 치르면서도 끝내고 있다. 나도 어린 시절 책거리를 했던 기억이 있는데 아이들과 나도 한국에서 사 온 학습지가 끝나는 날 문구점에 들러 아이들이 원하는 슬라임, 스트레스볼을 사주곤 한다. 우리가 한국에 살지는 않지만 한국에서의 좋은 기억들은 아이에게 그대로 해주고 싶다.

내년이면 큰아이는 중학생이 되고 작은아이는 초등 고학년이 된다.

큰아이는 입버릇처럼 자신에게 사춘기가 온 것 같다고 하지만 아직도 자기 전까지는 학교 일과 자기 일을 구구절절 이야기해 주는데 참 고마운 일이다. 앞으로도 즐겁고 안전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집에서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