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비 하노이한국국제학교 주말한글학교 한국어 강사
하노이의 햇살은 뜨겁지만, 매주 토요일 아침 우리 교실의 공기는 늘 따뜻하다.
이곳은 하노이한국국제학교 주말한글학교. 한국을 떠나 낯선 땅 베트남에서 자라는 아이들이지만, 이 작은 교실 안에서는 또박또박 한글을 읽고 쓰며 한국인의 정체성을 키워간다.
1993년 한인 주말학교로 출발하여, 이제 한 세대를 넘긴 역사를 지녔다. 그 세월만큼 아이들에게 ‘한국어’는 단순한 언어가 아닌, 가족의 이야기이고, 할머니의 목소리이며, 설날의 떡국 맛이다.
2025학년도 1학기, 우리는 3월부터 6월까지 총 14회의 수업을 함께 했다. 매회 수업은 토요일 아침의 고단함을 이기고 모인 아이들의 눈빛과 생동감으로 완성되었다.
한글을 가르친다는 건 단순히 '읽고 쓰기'를 넘어선 일련의 과정이다. 낱말 속에 담긴 우리의 마음을 이해시키고, 글자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힘을 길러주는 과정이다. 이번 학기에는 ‘나의 친구’를 주제로 문예 대회도 열었다. 아이들은 아직은 서툰 문장으로 친구의 웃음, 함께한 놀이터, 다툼과 화해의 순간을 써 내려갔다. 그 순수한 글들 앞에서, 우리는 감탄을 하기도, 또 코끝이 찡해지는 감정을 느끼기도 하였다.
주말 한글학교라고 놀이 활동만 있으랴. 우리는 시험도 치렀다. 몇몇 아이들은 시험이라는 단어에 긴장했지만, 이내 익숙해진 교실 분위기 속에서 차분히 자신의 배운 것을 꺼내 보였다. 우리 아이들이 ‘손톱’이라는 단어를 쓰기 위해, 받침 자음 ‘ㅂ’을 썼다가 다시 자음 ‘ㅍ’으로 바꾸어 썼다가 지우기를 반복하며 글자를 써 내려가는 모습이 얼마나 대견한지 모를 순간들이었다.
결과보다 중요한 건 그 과정을 스스로 해냈다는 자부심이다. 우리는 그 작은 성취를 함께 축하하며, 지난주 수료식으로 한 학기를 마무리했다. 교실 가득 박수와 칭찬, 그리고 수료증을 자랑스럽게 들고 있는 아이들의 웃음이 넘쳐났다.
교사로서 나는 안다. 매주 주말의 시간을 내어 이 교실을 찾는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그러나 아이들이 "선생님, 이거 제가 써 봤어요", "한글이 재미있어요"라고 말할 때마다 나는 또다시 이 자리에 있을 이유를 얻는다.
한글은 재외국민으로서 해외 살이를 하는 이 아이들에게 단지 언어가 아닌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우리의 뿌리이자, 다리가 되고, 날개가 된다. 그리고 나는 그 여정의 한 조각이 될 수 있음에 감사한다. 다음 학기에도 아이들과 함께 또박또박, 아름다운 한글 길을 걸어갈 준비를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