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실 태국한국교육원 한국어 강사
교육학에 관한 책에서 교사가 되려고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왜 교사가 되려고 하는가? 교직을 택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결과를 소개하며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대답은 아주 다양하고 여러 장점을 열거하였는데 그중에 공통된 답변은 ‘교사로서의 사명 때문이다’라는 대답이었다고 한다. 교육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외국어로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사들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면 역시나 다양한 대답이 나올 것이며 교육자적 사명은 그 어떤 직종보다 분명한 과업이라고 생각한다. 나 자신을 돌이켜 보면 어릴 때 장래 희망을 말하거나 써야 할 기회가 있을 때 교사나 선생님이 아닌 ‘교육자’라고 쓰고 말하곤 했었다. 아마도 장래에 어떤 사람이 이상적인 어른의 모습일까 생각하며 ‘교육자’라고 썼던 것 같다. 정확하게 말하면 선생님이라 불리면서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나 교육환경과 그 사회에 영향을 주고 싶은 불타는 사명감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2005년 남편이 필리핀 북부 지역의 국제학교에서 일할 때 당시 두 아이를 육아하며 영어 튜터링을 받을 기회가 있었다. 그때 영어를 배우며 ‘나도 우리나라 말과 글을 다른 나라 사람에게 가르쳐 주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후 필리핀 선생님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던 것이 한국어 교사로서의 시발점이 되었다. 전에는 아이들에게 국어와 글짓기 및 독서 지도를 했었는데 한국에 들어와서 본격적으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사 교육을 받았다. 좋은 기회로 복지관과 다문화 센터에서 이주 여성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며 한국어 교육자로서의 길을 걷게 되었다.
사명을 다른 말로 하면 소명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소명’은 누군가가 부르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해외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는 나는 한국어를 배우려는 태국 사람들과 학생들의 부름에 이끌려 온 것이 아닐까? 어느 교육학자의 말에 의하면 ‘가르침은 신성한 임무이며 그에 따른 반응을 요구하는 과업’이라고 한다. 한국어 교육에서 반응이라고 하면 학생들이 배우는 언어를 듣고 읽으며 이해하는 것과 쓰고 말하며 표현되는 활동이 있기에 이 과업은 교사에게 주어진 기회인 동시에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국내외 학교나 기관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사들은 이웃들에게도 직업으로서의 접근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반응하게 하는 역할로서의 임무가 있기도 하다. 그러므로 한국어 교사는 한국어라는 매체를 통하여 새로운 세계로 입문하려는 사람들을 안내해 주는, 그들의 삶에 특별한 초대를 받은 특별한 손님인 것이다.
어느 날 남편의 노트북 배경 화면에 "증상을 바라보는 것을 넘어 그것을 둘러싼 삶을 보는 사람"이라는 문구를 보았다. 오호! 이거 어디에서 나온 말이냐고 물었더니 유명한 TV 토크 프로그램에서 ‘명의’라는 주제의 내용인데 본인이 일에 ‘좌우명’으로 삼고자 한다고 했다. 당시 고등학생 아들한테 “이 글 봐봐, 아빠 인생의 모토 같은 거라고 하네?” 했더니, 아들이 바로 “와! 이건 오지랖 아니에요?”라고 하는 것이다. 그때는 웃고 지나갔지만, 최근에 같은 프로그램에서 ‘관심과 오지랖의 차이’에 대해 말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교육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인생에 들어가 성장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기에 관심과 오지랖의 선을 잘 관리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특히 해외 주재 한국교육원이라는 국가 기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만나는 경우는 한국어 수업 시간에 서로가 존중하며 지켜야 할 경계선과 질서가 있다. 물론 외국어를 배우고자 현지에 있는 교육 기관에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은 다른 환경과 문화를 받아들이고 타인에게 열린 마음의 사람들일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어 교사들은 한국어 수업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학생들의 한국어 실력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그들의 삶의 한 자락에 영향력을 끼치는 교사가 된다면 이상적일 것이다. 나의 경우 그 경계선을 잘 지키기 위해 지속적인 과제 점검을 통해 일주일에 두 번 수업하지만, 네 번 만나는 것 같은 느낌을 주어 친밀감의 해법으로 삼고 있다. 물론 이러한 소통도 한국어 수업과 과제에 관한 것에 한정되어 있고 정해진 기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종료된다. 한 학기에 4개월 정도 길지도 짧지도 않은 기간에 학생들의 삶에 잠시 초대받은 손님이라는 생각으로 그들이 열어 준 문으로 들어가 한국어 교사로서 줄 수 있는 것들을 주고 나오려고 한다. 그 안에서도 진심 어린 감정이 전달되기도 하는데, 가르치고 배우는 고귀한 소통이 학생들의 삶에서 정직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태국한국교육원에 소속된 한국어 교원으로서 질 좋은 세미나와 학회에도 참석하는 기회가 있는데, 우선 태국의 한국어 교육 현황을 먼저 언급해 보려고 한다. [2022년 제3회 태국 한국어 교육 발전모색 세미나에서 태국교육원은 태국에서 한국어 교육 현황을 발표하였다. 태국 교육부 기초교육위원회가 제공한 자료에 의하면 태국 내 한국어 학습자 수는 전 세계 한국어 학습자의 27%를 차지하며 그 수치는 45,000여 명에 달한다. 태국에서 한국어 교육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태국 중등학교 한국어 전공 학습자 수의 증가와 태국인 교사 증가 추세가 이것을 증명한다. 그리고 태국 대학 입학시험(PAT)에서 한국어 응시 비율이 2020년부터 3년 동안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결과로, 해외로 파견된 한국어 교원이 가장 많이 온 나라도 태국이다. 그리고 태국 내 19개 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 부전공, 교양으로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또한 태국한국교육원은 한국어를 배우는 학습자들을 위해 한국어 능력 시험(TOPIK)을 주관하고 있다. 사실 위에 [ ] 안에 있는 글의 형식은 한국어 능력 시험 토픽II 쓰기의 두 번째 유형에 해당한다. 그래프나 표를 분석하며 내용을 글로 표현하는 것인데, 이렇게 쓰려면 주어진 자료를 보고 이해해야 하며 기출문제를 풀어 보는 등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언어 능력을 평가하는 것은 그 언어를 사용하는 나라에 대한 배경지식과 그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총괄적인 것을 포함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토픽의 듣기 내용이나 읽기 텍스트를 이해하려면 한국의 역사와 문화, 사회 일상생활의 전반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외국어로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사들은 교재에 나오는 내용뿐 아니라 생활에 필요한 지엽적인 내용과 다양한 표현도 가르쳐 줘야 하는 의무가 있다. 제한된 시간과 환경으로 모든 상황을 제시하며 가르칠 수 없기에 학생들 스스로 익힐 수 있도록 언어와 관련한 각 분야의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도 교사로서 중요한 역할이라 생각한다. 토픽 시험 보는 학생의 긴장된 모습을 보며 내가 저 자리에 있었다면 어떤 마음일까, 무엇을 더 준비해야 했을까,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교사의 사명과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태국에서 13년간의 생활을 돌아보면 항상 배우고자 하고 활동적인 나의 성격의 중심에는 한국어 교육이 있었다. 그동안 내가 만난 수많은 태국 사람들에게 목적에 맞게 진심을 다해 가르쳤는지, 섬기는 자세와 유용한 활동으로 이들의 삶에 영향력을 끼쳤는지, 뒤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감사한 것은 태국한국교육원 소속 교원으로서 개설된 한국어 강의를 책임을 다해 가르치는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교육원 수업에 열정적으로 임하며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교육자적 과업을 수행하고 있다. 해외에서 한국어 교육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사랑을 실천하며 다른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의미 있고 보람된 일이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시간만큼은 학생들을 나의 인생에 초대된 특별한 손님으로 모셔야겠다고 생각해 본다.